
최근 여의도 증권가 사람들의 표정은 밝은 모습이다. 기자가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파격적인 증시 급등이 이렇게 빨리 현실화할 줄 예상치 못했다고 귀띔한다. 그 때문인지 무더위 속에도 여의도 직장인들의 발걸음은 사뭇 가벼워 보인다.
국내 증시는 신정부 출범 이후 이례적인 속도로 상승세를 선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0일 3000선을 돌파해 장을 마감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이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약속한 ‘국내 증시 활성화’ 방침에 대한 환호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으나, 코스피는 이같은 우려를 불식하듯 1일 장중 3133.52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25일 세운 연고점(3129.09)을 넘어섰다. 2021년 9월28일(3134.46) 이후 약 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상승세의 배경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경기 부양과 민생 경제 회복에 강점을 둔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상법 개정안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증시 ‘부스트업 프로젝트’ 가운데 핵심인 상법 개정안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야당과 협의를 거쳐 늦어도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4일까지 처리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상법 개정에 반대하던 국민의힘도 ‘주주 보호를 위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입장으로 선회한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안 도입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그동안 기업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소액주주 이익이 배제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일례로 지주사의 경우 대기업 그룹 지배회사라는 특성상 높은 오너 일가 지분율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주주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존재했다. 이에 주가가 저평가되는 악영향이 반복된 바 있다.
상법 개정안은 주주 권익 보호의 첫걸음으로 국내 증시의 상승을 견인할 단초가 될 것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코스피 5000 시대’로 향할 이정표로 작용할 것이다. 국내 증시가 오랜 기간 저평가되온 상황에서 도약의 발판이 될 상법 개정에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은 이유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업들의 불안감도 고려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이사 충실의무 확대로 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약화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벤처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우 아직 지배구조가 안정되지 않은 측면이 많아 외부 간섭으로 혁신적 경영 전략 추진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잦은 소송에 따른 법률 리스크 및 컴플라이언스 비용 증대로 낮아지는 기업 활동 효율성도 우려 요인이다.
실제로 경제6단체(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30일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간담회에서 경영판단의 원칙 훼손, 배임죄 적용 확대, 소송 남발 가능성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당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우려하는 것과 같은 문제가 나타난다면 얼마든지 제도를 보완하고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안 요소를 해결하지 않고 강행할 경우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보다 균형 잡힌 개선을 동반해야 한다.
상법 개정만으로 증시 체질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는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외에도 △일종의 쪼개기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신주 우선 배정 △상장회사 자사주 원칙적 소각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유도 △공적 연기금 및 기관투자자 스튜어드십코드 내실화 등 여러 제도 개선 사항이 남아있다.
코스피 5000 시대는 모든 투자자들의 염원이다. 상법 개정으로 염원을 달성하기 위한 걸음이 시작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에 모여든다. 기대감에 어긋나지 않도록 자본시장의 구조적 개혁을 추진해 더 이상 외면 받지 않는 증시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