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 일단락…긴박했던 순간들 보니

사상 초유의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 일단락…긴박했던 순간들 보니

기사승인 2025-09-12 15:03:22 업데이트 2025-09-12 16:45:53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됐다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들이 탑승한 버스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도착해 대한항공 전세기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이민 당국으로부터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2일 귀국길에 오르면서 사태는 일단락된 분위기다. 구금부터 석방까지 약 170시간 동안의 불안감에 떨어야 했던 그 긴박했던 순간들을 정리해 본다.

美 이민 당국의 급습…대대적인 불법 체류자 단속 나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현장을 급습해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였다.

이번 작전으로 LG에너지솔루션 직원 포함 한국인 300여명이 체포됐다. 수갑과 쇠사슬에 묶인 채 이송되는 한국인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국민들의 대규모 구금 사태와 관련해 “한미 양국의 동반 발전을 위한 우리 국민과 기업의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미국 측에 유감을 표했다.

외교부도 즉각 현장대책반을 가동하고 조현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외국민 보호대책본부를 설치해 대응에 나섰다. 미국 현지에선 조기중 주워싱턴 총영사를 비롯한 현장대응반이 구금 시설에 갇힌 한국인을 면담하며 사건 경위 파악과 동시에 건강 상태 등을 살피는 영사 조력에 힘썼다.

이후 정부는 미국 조지아주 이민 구치소에 구금된 우리 국민들에 대한 면담을 마치고, 자진출국 형식의 귀국을 위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석방 직전 돌연 출국 ‘보류’…한국인 근로자 ‘날벼락’

정부가 우리 국민을 강제 추방이 아닌 자진 출국 형식으로 10일(현지시간) 오후 2시 30분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전세기로 귀국시킬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돌연 연기됐다.

외교부는 “조지아주에 구금된 우리 국민의 현지시간 10일 출발은 미국 측 사정으로 어려워졌다”며 “가급적 조속한 출발을 위해 미국 측과 협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 정부는 구체적인 사정에 대해 우리 정부에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당초 10일 구금 시설에서 엿새 간의 강제 구금을 마치고 풀려날 예정이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과 가족‧지인들은 허탈감에 휩싸이게 됐다.

구금 일주일 만에 석방…12일 오후 3시 30분쯤 한국 도착

한미 합의에 따라 미국 조지아에 구금됐던 한국인 317명이 모두 석방됐다. 이 중 미국에 남기로 한 1명을 제외한 316명이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11일(현지시간) 이들은 버스 8대를 나눠타고 8시간을 달려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현재 전세기에 오른 316명의 국민은 이날 오전 11시 38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전세기는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3시30분쯤 도착할 예정이다. 

인천공항 제 2 터미널 장기주차장에서 구금된 LG에너지솔루션 및 협력사 직원을 기다리는 가족들. 김수지 기자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은 ‘비자 문제’…해결 시급


이번 미국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가 ‘비자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국내 기업 근로자들은 발급이 까다로운 취업 비자(H-1B), 주재원 비자(L1‧E2) 대신 관행적으로 ESTA(전자여행허가)나 B1(단기상용비자)을 취득해 미국 출장에 나섰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무비자 근로 행위 등의 편법 활용에 대한 강력 제재에 나서면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손상기 대진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비자 문제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상황은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며 “정부가 이에 대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 이후 한미 간 긴밀한 협력과 사전 대비책 마련은 필수적”이라며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체계적인 시스템 관리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구금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함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