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지난달 ‘곰표밀맥주’ 시즌1 협업을 함께 한 수제맥주 전문 기업 세븐브로이가 지속적인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주장했다. 세븐브로이 측이 주장하는 기술 탈취와 피해액 산정 등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다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한제분이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던 입장과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대기업과의 갈등이 소송으로 비화할 경우, 중소기업이 장기적으로 버티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양측 갈등은 지난 3월 국회 중재로 마련된 회계용역에서 세븐브로이의 손해액이 약 68억9160만원으로 산정되면서 본격화됐다. 손해액은 △곰표밀맥주 초기 개발비용 △마케팅비용 △재고 보상 △재고 판매시 매출액 △원부자재 손실 비용 등이 포함됐다.
세븐브로이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회계용역상의 손해발생액에 대해 배상 불가를 통보하고 지난 5월 세븐브로이에 30억원과 곰표맥주 시즌3를 제안했다. 세븐브로이는 국회 중재를 통해 진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협의는 결렬됐다.
이후 대한제분은 지난달 세븐브로이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며 자신들이 피해자임을 주장했다. 곰표밀맥주의 상표는 대한제분 소유이며 세븐브로이의 레시피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30억원 손해배상과 시즌3 제안은 세븐브로이의 요구사항”이라며 “대한제분이 제안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대기업과 협업 중인 다른 중소 식품업체들에 부정적 신호를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중소 식품사 관계자는 “대기업과의 협력은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면서도 “갈등이 발생했을 때 향후 관계 유지를 위해 대기업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기술이나 상표 등을 탈취할 경우, (대기업과 비교해) 인지도에서 밀리는 중소기업 제품이 ‘가짜’ 취급을 받아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식품 중견기업 일동후디스와 광주광역시의 청년기업 아이밀과 ‘상표권 침해’ 소송도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재로 7년여 만에 손해배상금 지급으로 합의됐다. 일동후디스는 법원의 상표권 침해 금지 판결에도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유아용 과자에 ‘아이밀’ 상표를 사용하며 피해를 키운 바 있다.
정진욱 의원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식품업계 선도 기업이 우월적 지위와 축적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상표권 침해와 소송 갑질로 지방 청년기업의 사업 기회를 막은 것은 심각한 일”이라며 “피해 기업이 그동안 입었던 매출 감소 등 피해액에 비하면 약소하지만 7년간의 소송에 따른 심적 고통과 금전적 손실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 다행”이라고 말했다.
기술 탈취 문제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에도 하도급업체의 도면을 경쟁업체에 넘기는 등 기술 탈취 문제와 관련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결정한 사례가 있다”며 “중소기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탈취 근절을 위해 관련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