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기업’ 오아시스, ‘자본잠식’ 티몬 부활시킬까 [기업X-RAY]

‘흑자기업’ 오아시스, ‘자본잠식’ 티몬 부활시킬까 [기업X-RAY]

서울회생법원 티몬 회생계획 강제 인가…인수대금 총 181억원 규모
오아시스 유동성‧재무구조 견조…매출 성장세에 13년 연속 흑자
신뢰 회복이 최대 과제…새벽배송‧오픈마켓 결합한 시너지 전략 주목

기사승인 2025-07-07 17:21:42
오아시스 마켓 배송 제품 이미지. 오아시스

오아시스가 사실상 파산 상태였던 티몬을 인수하며 이커머스 업계에 새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낮은 변제율로 인한 채권자들의 반발과 신뢰도 하락이라는 뼈아픈 후폭풍 속에서 오아시스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경쟁력이 티몬 플랫폼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23일 티몬에 대한 회생계획을 강제 인가했다. 앞서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는 상거래채권자로부터 법정 동의를 얻지 못해 회생계획안이 부결됐지만 티몬이 강제인가를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티메프 미정산 사태 이후 티몬의 재무상황은 사실상 파산에 가까웠다. 지난해 말 기준 티몬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조133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고 회생채권 규모는 총 1조2258억원에 달했다. 

오아시스의 자본총계는 올해 1분기 기준 1740억원으로 인수 과정에서 각종 운영 자금 투입 등으로 인한 현금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오아시스의 자금력과 사업 안정성을 바탕으로 향후 티몬의 정상 운영 가능성을 보고 회생 인가를 결정한 것이다.

실제 오아시스는 13년 연속 흑자를 이어오며 이커머스 업계에서 드물게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1490억원, 부채비율은 42%로 재무구조도 견조한 편이다. 지난해 연매출은 5171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23억원으로 75.6%나 크게 뛰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349억원, 순이익 69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해 전체 매출의 약 72%를 차지하는 등 온라인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오프라인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직영 매장 49곳을 운영하며 확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총 181억원 규모의 인수 대금을 투입해 티몬을 품었다. 이 중 116억원은 티몬의 신주를 인수하는 데 사용됐으며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 총 6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상거래채권 변제에는 약 102억원이 투입되며, 인수자금은 전액 자체 현금으로 충당됐다. 또한 향후 5년간 티몬 종업원의 고용도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오아시스의 전략은 분명해 보인다. 유기농·친환경 중심의 신선식품 유통과 새벽배송 노하우를 티몬에 이식해 새로운 이커머스 복합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구상으로 보인다. 기존 오픈마켓 기능을 복원하고 입점 셀러를 다시 확대하겠다는 계획으로 수수료 3%, 익일 정산 시스템 등을 내세웠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쇼핑몰 수수료가 10~15%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으로 셀러를 다시 모으겠다는 승부수다. 

또한 기존 오아시스의 온라인 회원 수는 약 200만명 수준이었지만 티몬의 전체 회원 수는 400~500만명에 달하는 만큼 인지도와 규모 면에서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현실의 벽도 만만치 않다. 회생채권 규모는 총 1조2258억원 중 7456억원은 중소상공인과 소비자 등이 포함된 상거래채권으로, 실제 배당 예정액은 56억원 수준에 그쳐 변제율이 0.76%에 불과하다. 나머지 채권은 대부분 출자전환 후 무상소각된다. 이와 같은 정산 피해 경험으로 셀러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분위기가 이어진다.

정산 지연과 채무 미변제 반발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한 운영 재개 이상의 신뢰 회복과 서비스 차별화도 핵심 과제다. 이커머스 시장 자체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재진입 시점과 전략, 시장 반응 등에 대해서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오아시스는 7~8월 중 조속한 재오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현재 셀러 확보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오아시스 마켓의 강점이 새벽배송에 있는 만큼 이를 원하는 셀러들이 많아 오픈과 동시에 새벽배송 재개에 나설 것”이라며 “확정된 식품 카테고리 새벽배송 외에도 다른 상품군의 배송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 구성 및 주요 조직 개편 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아시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온라인 회원 약 200만명에서 티몬의 400만~500만명 수준의 회원을 흡수하며 플랫폼 규모를 단숨에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신임 티몬 대표이사에는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대표가 선임됐다. 2022년 취임 이후 지어소프트와 오아시스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끈 재무 전문가로 꼽히는 안 대표는 이번 인수를 기점으로 티몬의 정상화와 재도약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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