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도 집값 상승 기대 ‘쑥’…전문가는 “속단금물”

대출 규제에도 집값 상승 기대 ‘쑥’…전문가는 “속단금물”

부동산R114 조사 결과, 49% ‘하반기 집값 오른다’ 전망
정부, 6‧27 대출 규제 ‘맛보기’…추가 규제 가능성 시사

기사승인 2025-07-09 06:00:09
30일 인천 계양산에서 바라본 계양구 아파트 단지.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등 강력한 대출 규제에도 하반기 집값 상승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규제 이후 수요가 위축돼 빠른 집값 상승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6‧27 대출 규제’ 주택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선 가운데 9월 금리 인하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존재하며 정부 규제에도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업체 부동산R114가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961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한 결과, 49%가 주택 매매가격 상승을 전망했다. 이는 2021년 하반기 전망 조사에서 상승 전망이 62%를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직전 조사 대비 상승 전망이 17%p(포인트) 늘었다. 

집값 상승 전망 요인으로는 핵심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이 32.7%로 우세했다. 이어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 13.59% △정부의 주요 규제 개선 전망 9.77% △급매물 위주로 실수요층 유입 9.55% △서울 등 주요 도심 공급부족 심화 9.13%로 조사됐다. 

앞서 주택 시장은 주택 공급 부족 우려와 함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커지며 서울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넷째주(23일 기준) 서울 집값은 전주보다 0.43% 오르며 6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대선 이후 집값 상승세가 커졌다. 지난달 초까지 전국 매매가격은 보합권이었으나 6월9일 0.03%→6월15일 0.05%→6월23일 0.06%로 점차 상승폭이 확대됐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 제한 등 대출 규제에 나서며 상승폭이 한풀 꺾였으나 여전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6월 5주차(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 전보다 0.40% 올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경기는 0.09% 오르며 상승 폭이 한 주(0.05%) 전보다 더 커졌다. 과천은 한 주 전보다 0.98% 오르며 상승 폭이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커졌다. 분당은 전주보다 1.17% 오르며 주요 지역 가운데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는 7년5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은행은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2.50%인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2월과 5월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은 “이달 금통위에서는 인하시점을 읽어낼 시그널은 찾기 어려우나 한은의 인하 기조가 훼손된 것은 아니다”라며 “추경 효과도 3분기 중 가시화되기 어려워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가장 효율적이다. 8월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통상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정부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시 추가 대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번 부동산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며 “수요 억제책은 이거 말고도 많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 지속 시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부동산 업계는 시장 기대와 달리 단기적인 집값 상승에 대해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수요 억제를 한 만큼 시장 분위기 반전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규제가 많았음에도 집값이 오른 경험이 있어 현재도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반기에 쉽게 오를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집값 상승세가 나타날 경우,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혹은 규제지역 확대 등에 나설 수 있다”면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있으나 부동산 시장이 대출 규제 후 수요가 위축되고 차단됐다”며 “오른다하더라도 일부 지역의 국지적인 상승이지 전반적인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난 5~6월 집값 상승은 비정상적인 급등에서 이제 정상화되는 단계”라며 “매수, 매도자 모두 관망세기에 당분간 거래량과 상승률 모두 감소할 것”이라 내다봤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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