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볼 일 없어도 들어오세요”…도심 속 무더위 쉼터

“은행 볼 일 없어도 들어오세요”…도심 속 무더위 쉼터

기사승인 2025-07-15 14:17:27 업데이트 2025-07-15 15:32:42
15일 낮 12시경 서울 성북구 돈암동 인근 KB국민은행 점포에서 시민들이 앉아있다. 최은희 기자

“오늘 기온이 엄청 높은 건 아니었는데, 비가 와서 그런가 너무 꿉꿉해서요. 잠깐 시원하게 쉬고 가려고 들어왔어요.”

15일 낮 12시경 서울 성북구 돈암동 인근 KB국민은행 점포. 무더위를 피해 들어온 시민 이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입구 유리문엔 ‘무더위 쉼터(Cooling Center)’ 안내판이 큼지막히 붙어있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에어컨 냉기가 감도는 은행 내부에는 긴 소파에 앉아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중년 여성 세 명은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붙이고 있는 노인도 눈에 띄었다. 

입구에 서 있던 안내 직원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잠깐 쉬었다 가도 되나요?”라는 질문엔 “그럼요. 은행 거래없어도 상관없어요. 더우시면 언제든 들어오세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최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은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은 118년 만에 가장 뜨거운 7월 초 기온을 기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40도를 웃도는 기온이 관측됐다. 이에 주요 시중은행들은 도심 속 ‘무더위 피난처’로 변신했다.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와 협업해 냉방이 가능한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15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 인근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점포 안에 무더위쉼터 안내 판이 걸려있다. 최은희 기자

KB국민은행은 상담실과 고객 대기 공간을 개방해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고령층과 취약계층을 위해 예년보다 한 달 앞서 쉼터 운영을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4월 행정안전부와의 업무협약에 따라 전국 영업점을 쉼터로 지정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오는 9월30일까지 전국 영업점에서 무더위쉼터를 운영 중이다. 광주은행, BNK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함께 운영에 나섰다.

이날 서울 지역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소나기 영향으로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높아진 탓에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더위와 꿉꿉함에 지친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시원한 은행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업은행 점포엔 ‘무더운 날씨엔 시원한 IBK 기업은행에서 잠시 쉬어가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고, 내부 정수기 역시 시민들에게 개방돼 있었다.

인근 신한은행 지점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밖이 너무 눅눅해서 숨이 턱 막혔다”며 “예금 보러 왔다가 시원해서 잠깐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20대 시민 김모씨도 “우산이 없는데 비가 내려서 걷다가 힘들어서 ‘무더위쉼터’ 글자 보고 들어왔다”며 “은행이 이렇게 쉼터처럼 열려 있는 줄 몰랐다. 나중에 부모님께도 알려드려야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년보다 이른 폭염에 대비해 무더위 쉼터를 조기 운영 중”이라며 “은행이 할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전국 어디서든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세심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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