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로 ‘코스피 5000 시대’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공매도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공매도 증가에 지수가 고점에 접근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상승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0.81% 오른 3202.0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20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21년 9월6일(3203.33)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코스피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연초(2398.94) 대비 33.47% 급등했다. 이는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연초 이후 지난 1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수익률 6.66%를 웃돈 수준이다.
코스피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은 급증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9조445억원이다. 이는 공매도 거래가 재개된 지난 3월31일(3조9156억원) 이후 최대 규모로 3개월여 만에 131%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공매도 순보유 잔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0.19%에서 0.35%로 커졌다.
공매도는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증권사 등으로부터 빌려 매도한 다음 주가가 내리면 저가에 다시 매수하는 매매 전략을 말한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투자자가 빌려온 주식을 매도하고 남은 수량이다. 해당 잔고가 증가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향후 지수가 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발 상호관세 불확실성이 협상 과정에서 완화될 가능성을 높게 진단한 영향이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상호관세 여파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순 있겠으나, 협상 과정에서 해당 이슈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제한적인 리스크”라며 “연이어 발표되는 증시 부양 정책에 힘입어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년과 달리 글로벌 IB들도 코스피 눈높이를 올리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아시아 및 신흥국 가운데 핵심 비중확대(overweight) 시장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코스피 지수가 향후 2년 내 약 5000p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맥쿼리도 전날 ‘한국 전략: 놓치지 말라’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코스피가 4000선에 도달해도 이는 정점이 아닌 시작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관세 리스크가 제한적으로 작용할 경우 공매도 투자자들이 숏커버링(공매도 청산을 위한 주식 재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1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순보유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SKC △한미반도체 △신성이엔지 △호텔신라 △동방 △두산퓨엘셀 △한화비전 △대원전선 △SK오션플랜트 등이다.
조민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잔고 증가가 지수 고점에 대한 우려로 인식될 수 있지만, 공매도는 과거 지수 상승 구간에서 동행했던 경험이 있다”라며 “단순히 지수 고점 우려 요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