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고기·쌀, 수입 확대되나…농민단체 반발 ‘촉각’

美 소고기·쌀, 수입 확대되나…농민단체 반발 ‘촉각’

기사승인 2025-07-15 20:24:39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우리나라와 대미 관세 협상 논의에서 미국산 소고기·쌀 등을 수입 확대 요구 품목으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지며 농축산업계의 반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협상에서 에너지·농산물 등 자국 상품 구매 확대, 각종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 등을 집중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 △쌀 구입 확대 △감자 등 유전자변형작물(LMO) 수입 허용 △사과 등 과일 검역 완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대미 협상 타결을 위해 농산물 분야의 전향적 검토 가능성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여 본부장은 “우리가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나 어느 나라와 통상 협상하든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은 협상이 없었고, 그러면서 우리 산업 경쟁력은 또 강화됐다”며 “농산물 부분도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협상의 전체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소고기와 쌀은 미국이 요구하는 농축산물 중에서 특히 민감한 품목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30개월령 이상 소에서 광우병(BSE)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위험 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에는 이명박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도 수입하겠다고 밝혀 광우병 위험 소고기에 반대한다는 촛불시위가 번진 바 있다. 특히 30개월령 이상 소 수입을 허용하면 소비자의 거부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쌀도 민감 품목이다. 우리나라는 쌀에 513%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40만8700톤을 저율관세할당물량(TRQ)으로 정해 5% 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LMO 수입 규제 완화도 미국의 요구 사항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3월 농촌진흥청은 미국 심플롯사의 LMO 감자에 대해 7년 만에 ‘적합’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LMO 감자의 수입 절차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성 검사만 마지막으로 두고 있다.

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올해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를 통해 미국 11개 주에서 생산한 감자, 미니 당근, 딸기, 냉동 라즈베리·블랙베리 수입을 요구 사항으로 반영한 만큼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사과는 미국 등 10여 개국과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검역 협상이 마무리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통상 당국이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농민단체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한우 생산자단체인 전국한우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여 본부장의 발언에 대해 “이는 정부가 농축산물 수입장벽을 추가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농축산업의 고통과 희생을 당연한 전제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전국의 농축산인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한미 관세협상에서 농산물 분야의 비관세 장벽 완화 검토 가능성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농업·농촌·농민이 희생양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 이익을 옹호하고 향후 통상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농업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다른 산업 분야에서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농업을 양보하는 방식을 이제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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