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면 청계천 걷고, 광장시장 간다…서울의 밤, 달라진 외국인 여행 공식 [현장+]

해지면 청계천 걷고, 광장시장 간다…서울의 밤, 달라진 외국인 여행 공식 [현장+]

광장시장·청계천·펍 골목…밤에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얼굴’
상권·지자체 잇따라 대응…교통·편의 인프라는 여전히 숙제

기사승인 2025-07-16 06:00:11
15일 서울 청계천 인근 술집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심하연 기자

“서울은 해가 지면 더 예쁜 것 같아요. 광장시장도 일부러 밤에 찾아와 전통 음식을 먹고 사람들 구경도 해요. 같은 도시인데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달라서 한국 여행이 더 재밌는 것 같아요.”

한국의 ‘밤’을 즐기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야간 관광이 하나의 여행 루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무더운 낮에는 팝업스토어나 대형 쇼핑몰, 전시관 등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고 해가 진 뒤에는 야시장·펍투어·명소 도보투어까지 즐기는 패턴이 확산되고 있다. 

16일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3월 18만6814명이었던 외국인의 야간관광 방문객 수는 한 달 만인 4월 22만5762명으로, 20% 가까이 늘었다.

서울 대표적 명소인 청계천, 광장시장, 낙산공원 등은 밤이 되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세 번째 한국을 방문했다는 잭(39·캐나다)씨는 “청계천은 해 지면 산책하기 좋은 곳”이라며 “여러 관광지와 이어져 있어서 쭉 걷다 보면 다른 스팟도 나와서 재미있다. 밤에 조명이 켜지면 분위기가 예뻐서 기분이 달라진다”고 전했다. 이어 “청계천을 따라 가면 근처에 펍도 많고, 접근성이 좋아서 시간 될 때마다 쉽게 올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광장시장에서 만난 대만인 관광객 나이신(27·여)씨는 “낮에는 호텔과 팝업스토어,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시장 음식을 먹고 술집 골목도 돌며 한국 로컬 분위기를 느낀다”며 “관광객들 사이에선 청계천 산책부터 광장시장 먹방, 낙산공원 투어까지 묶어 나이트 코스로 공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해가 진 이후 청계천 산책로를 걷고 있다. 심하연 기자

밤에 몰리는 관광 수요에 상인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광장시장에서 빈대떡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54)씨는 “일부러 밤에 방문하는 외국인 손님이 훨씬 많아졌다”며 “야시장 음식투어 손님 맞춰 영어 메뉴판과 QR코드 주문을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광장시장 순대국집을 운영하는 이모(50)씨는 “밤에 외국 손님들이 가게에서 음식 사진도 찍고 SNS에 올려주니까 따로 광고를 안 해도 자연스럽게 가게 이름이 알려진다”며 “얼마 전에는 그걸 보고 일부러 찾아온 외국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한여름 낮에 손님이 없으면 그냥 앉아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밤 장사가 더 잘되니까 더위에도 매출이 꾸준해져서 버틸 만하다”며 “밤에만 느낄 수 있는 시장 분위기가 있어서 (외국인 관광객이)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오후 9시에도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활기를 띄고 있었다. 심하연 기자

밤에도 빛나는 서울…지자체도 미는 ‘야간 관광’ 

지자체도 야간관광에 힘쓰는 모습이다. 서울 중구는 무더운 낮을 피해 다음 달 31일까지 ‘정동 밤의 산책’과 ‘광화문 달빛로드’ 등 야간 도보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정동 코스는 덕수궁 돌담길과 서울시립미술관, (구)러시아 공사관 등을 걷고, 광화문 달빛로드는 흥인지문-DDP-신당동 싸전거리를 걷는 방식이다. 

서울시 역시 야간관광 수요에 맞춰 인프라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관광 활성화 계획(2022~2026)’에 따라 여의도 상공에는 열기구 ‘서울의 달’을 띄우고, 청계천과 한강 다리 등 주요 관광지에 경관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빛나는 서울’을 내세우고 있다.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첨단 조명과 미디어아트 연출로 야간 도보 투어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한강 드론라이트 쇼 상설화, 남산타워·DDP·광화문광장 등의 야간콘텐츠 확대, 야시장 상권과 연계한 야간 셔틀버스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 증가에 비해 기초 인프라와 편의시설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한국관광랩의 2022년 야간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관광객이 야간관광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야간에 하고 싶은 관광활동이 없다(43%)’가 가장 많았다. 이어 ‘체력적 부담(42.3%)’, ‘야간까지 운영하는 관광지 부족(36.4%)’, ‘야간 교통수단 불편(27%)’ 순이었다. 

야간관광 계획 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로는 ‘야간에 운영하는 볼거리·즐길거리(69%)’가 가장 많았다. ‘이동 거리(53.5%)’, ‘주변 음식점·카페(46.2%)’, ‘야간 이동수단(36.3%)’, ‘치안·안전성(21.9%)’ 등도 뒤를 이었다. 

무엇보다 관광 활성화 이면에는 지역 주민들의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같은 조사에서 ‘야간관광 활성화 시 우려되는 점’으로 ‘방역 환경 우려(60.9%)’, ‘지역 주민 생활공간 침해(56.5%)’, ‘빛 공해(52.3%)’, ‘범죄·사고 발생(48.8%)’ 등이 지적됐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요즘 외국인들은 낮과 밤을 모두 즐기는 여행을 선호한다”며 “야시장 중심의 펍투어, 도보투어 같은 ‘나이트 코스’가 상권과 지역에 활기를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초 교통편이나 안내 표지 같은 인프라만 조금 더 갖춰지면, 한국만의 차별화된 야간관광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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