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부터 파행을 빚었다. 강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 때문이다. 야당은 ‘보좌진 갑질 논란’을 겨냥,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직접 청문회장에서 들어 보이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며 사퇴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의원들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엄호하고 나섰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14일 오전 10시3분쯤 전체회의를 열고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13분여만에 정회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갑질왕 강선우 OUT’이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자, 더불어민주당이 “떼라”며 반발하면서다. 민주당은 “후보자를 비방하는 현수막을 붙이고 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다”는 취지로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후보자 선서도 받지 못한 채 10시16분쯤 정회했다가 10시30분 속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보좌진에 심심한 사과”…논란엔 적극 해명
이날 강 후보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강 후보자는 “모든 것은 제 부덕의 소치”라면서 “저로 인해 논란이 있었던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 논란 속에서 상처받았을 보좌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제기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전면 부인했다. 강 후보자는 “언론 보도가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며 “맥락을 설명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보좌진에게 자택 변기 비데 수리를 부탁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지역 사무소가 저희 집에서 차로 2분 거리라 지역 보좌진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며 조언을 구하고 부탁드렸던 것”이라며 “당시 급박해 조언을 구한 것이 부당한 업무 지시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차마 생각을 못 했다. 제가 부족해서 그런 것으로, 상처 받으셨을 보좌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자택에서 나온 쓰레기를 대신 버리라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인사청문회장에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직접 가지고 나와 치킨, 만두 등 음식물 쓰레기 등의 분리수거를 보좌진에게 시킨 것 아니냐며 쏘아붙였다. 이 의원은 “이렇게 먹다가 남은 음식물 쓰레기, 각종 일반 쓰레기가 뒤범벅이 되어 엘리베이터나 차량에 실려 나왔다”면서 “후보자는 남이 음식 먹은 것을 처리해보신 적 있나”라며 추궁했다.
강 후보자는 쓰레기 분리수거 지시를 내린 것이 아닌 차에 음식을 두고 내린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강 후보자는 “전날 밤에 먹던 것을 아침으로 먹으려고 차로 가지고 내려갔던 적도 있다”면서 “그것을 다 먹지 못하고 차에 남겨 놓고 그 채로 내린 것은 저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배우자의 스톡옵션 신고 누락 논란도 적극 반박했다. 강 후보자는 배우자가 지난 2021년부터 바이오 소재 개발 업체 엑셀세라퓨틱스의 감사로 재직하면서 스톡옵션 1만주를 받았는데,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는 “당시 스톡옵션 부여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고, 이에 따라 스톡옵션 부여가 취소된 줄 알았으나 취소가 안 됐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됐다”고 했다.
‘위장전입’ 의혹에 울컥…강선우 “일반적 상황 아냐”
‘위장 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소명했다. 강 후보자는 서울 강서갑에 있는 자택과 별도로 광화문에서 주로 생활해 지난 22대 총선을 앞두고 ‘투표권 확보’를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강 후보자와 남편, 딸, 모친 등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아파트지만, 강 후보자를 제외한 가족들은 서울 종로구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실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후보자는 해명 과정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 양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조금 설명을 드려도 되겠냐”며 운을 뗀 뒤 “저희 가족이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왜냐하면….”이라고 말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원래 광화문에 가족 전체가 거주했었는데, 21대 총선 이후로 저희 지역구인 강서갑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며 “광화문에서 곧바로 모두를 강서로 옮기는 것이 (발달장애를 가진) 저희 아이에게는 굉장히 가혹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는 일주일에 며칠은 광화문에 있고 며칠은 강서에 있는다”며 “주소를 적어낼 때 실거주 그리고 주민등록상 주소지 두 가지가 다르게 나가면서 오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野 “자진 사퇴해야” vs 與 “악마화 의도”
강 후보자의 해명에도 국민의힘은 사퇴를 요구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후보자가 계속 (발달장애) 딸 얘기를 하는데 저도 안타깝다”면서도 “딸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보좌진에게는 더 따뜻하게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리드해야 한다고 본다. 후보자는 더 이상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자진해서 사퇴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후보자를 향한 비방이 선을 넘었다며, 의혹 검증 보단 장관 후보자로서의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장철민 의원은 “야당이 청문회를 인신 공격으로 만들어가면서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말도 안 되는 악마화, 모욕으로 덧씌워가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남희 의원도 “개인의 신상 털기가 아니라 앞으로 여성가족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며 “후보자의 정책 실현 능력을 점검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가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 필요”
아울러 강 후보자는 여성가족부를 확대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발언을 통해 “여가부는 300여명의 인원과 국가 예산의 0.26%라는 작은 어깨로 크나큰 짐을 감당하며 버텨내고 있다”며 “새롭게 거듭나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 여가부에 주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여가부는 확대 개편이라는 길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걷겠다”며 “국민께 이 방향이 맞는지 자주 여쭙고 경청하고 또 질문드리겠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공약하면서 부처가 다소 위축됐다고도 했다. 강 후보자는 “공무원들과 소통을 한 결과 예상보다 상태가 더 심했다”며 “장관이 된다면 여가부 공무원의 사기를 다시 북돋을 방법을 찾을 것이고 이를 위해 우선시되는 건 부처 확대 개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