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앞 고개 숙인 李대통령 “있어야 할 자리 없었던 정부, 사죄”

유족 앞 고개 숙인 李대통령 “있어야 할 자리 없었던 정부, 사죄”

기사승인 2025-07-16 22:00:52 업데이트 2025-07-16 22:02:00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하며 참석 유가족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세월호, 이태원, 오송 지하차도, 제주항공 참사의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를 대표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의 대화’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15일이었던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2주기를 맞아 열렸다. 간담회에는 오송지하차도 참사 유가족, 이태원 참사, 제주항공 참사, 세월호 참사 등 유가족 총 207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제1의 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국민이 위협받을 때, 보호받아야 할 때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 사회가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고, 안전보다는 비용을 먼저 생각하는 잘못된 풍토가 있었기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최은경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재난 원인 조사와 국정조사 추진, 책임자 공정 처벌 및 지방 정부 지도, 재난 유가족 지원 매뉴얼 법제화, 추모비 설치 및 공식 추모 공간 조성, 유가족 대상 심리 회복 프로그램의 즉각 시행을 요청했다. 최 대표는 “유가족에 대한 사과나 지원도 없는 청주시에 대한 행정안전부 차원의 관리 감독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송혜진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3주기 추모 행사 참석, 참사 당일 부처간 소통 내용 등 관련 정보의 빠짐없는 특조위 제공, 특조위와 피해자 지원단의 인력과 예산 확보를 요청했다. 송 위원장은 “참사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달라”고 부탁했다.

김유진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특별법 개정을 통한 진상 규명, 항공철도조사위원회의 독립, 둔덕과 항공안전시스템에 대한 전수 점검, 트라우마 센터 등 국가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부탁했다. 김 대표는 “사조위 시스템은 20여년 전에 머물러 고작 10명의 조사 인원이 누적 36대의 비행기 사고 조사를 감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종기 세월호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피해자와 시민을 미행하고 사찰한 국가 폭력에 대한 사과, 박근혜 전 대통령 7시간 기록물 등 자료 공개, 생명 안전 공원의 차질 없는 건립, 팽목 기억관의 원활한 이전, 선체 거치에 유가족 의사 반영, 특조위가 국가에 권고한 사항 반영, 피해자 의료 지원 기간 확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재난안전관리체계의 전면 개편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다시는 정부의 부재로 우리 국민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면서 “여러분이 주신 말씀을 충분히 검토하고 가능한 모든 범위 안에서 필요한 일들을 최선을 다해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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