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테이너 해운업계의 시황이 예측 불가능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HMM이 2분기 실적 둔화에도 불구하고 증시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적보다도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의 기대를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HMM의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다소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나증권은 HMM의 2분기 실적은 매출 2조6870억원, 영업이익 4660억원으로 예측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 상승, 영업이익 28% 감소한 수준이다. IM증권도 HMM의 2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40.1% 줄어든 3858억원, 한국투자증권은 42.6% 줄어든 3700억원으로 추정했다.
운임 지수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2분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평균 1645포인트(p)로 전년 동기 대비 37.4% 하락했으며, 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CCFI) 역시 전 분기 대비 14% 이상 낮아졌다.
미·중 관세 유예로 5월 중순 운임이 일시 반등했지만, 실적 반영은 3분기 이후로 미뤄졌다. 하반기에는 일부 회복 기대 요인이 있다. HMM은 4월 대비 미주 노선 공급을 약 30% 확대했고, 이를 3분기에도 유지할 계획이다. 여기에 환율 하락과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항화물비(-2.0%), 유류비(-4.6%) 등 비용 구조도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 역시 관세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시장은 실적보다 정책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연초 발표된 2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은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HMM의 공격적인 배당 정책과 2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3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자사주 매입으로 시장 유통 물량이 감소하면 주가에 업사이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보다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HMM은 3조원에 가까운 현금성 자산과 12조원대 유동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SK해운 선박 인수,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 등 대규모 투자 집행 계획도 병행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추가 주주환원 정책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해운 시황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물류 병목 현상, 중장기 항만 인프라 부족, 지정학적 분쟁 등의 영향으로 운임의 ‘뉴노멀’ 구간이 형성되고 있으며,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운임 붕괴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황현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이후 글로벌 선복량은 30% 늘었지만, 여전히 수급 병목이 이어지며 운임 바닥이 높아졌다”며 “해운업에 대한 산업적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