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의 계열분리가 본격화되며 SSG닷컴의 이마트 계열 편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마트와 가까워진 SSG닷컴이 신선식품 중심 장보기 플랫폼으로 정체성을 명확히 하며 오히려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10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계열 분리를 공식화하며 SSG닷컴의 소속과 지배 구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계열분리가 본격화되면 SSG닷컴이 어느 쪽으로 편입될지 이를 위한 지분 및 운영 구조 정비 등 공정위의 계열분리 요건 충족을 위한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SG닷컴의 최대주주는 이마트(45.6%)이며, 신세계(24.4%)도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SG닷컴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와의 내부 상품·용역 거래 금액은 총 2818억1300만원으로, 신세계백화점과의 거래액(744억7900만원)보다 약 4배 많았다. 한쪽으로 지분을 몰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거래 구조나 비중 면에서 이마트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도 SSG닷컴이 이마트와 손을 잡을 경우, 이커머스 시장 내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신선식품 중심 장보기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올해 SSG닷컴이 이마트로부터 매입 예정인 상품 금액은 약 8123억원으로 지난해(약 2500억원)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마트는 상품 경쟁력 확보와 원가 절감 전략을 통해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0.2% 증가한 7조2189억원, 영업이익은 238.2% 뛴 471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같은 기간 SSG닷컴은 매출액이 13.7% 빠진 4134억원, 영업손실은 30.2% 늘어난 181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SSG닷컴이 ‘이마트 시너지’를 내고 부진을 이겨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SSG닷컴은 신선식품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식품 카테고리 중 단가와 마진이 높은 신선식품 부문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으며 실제로 올해 초 강남·서초·송파구 새벽배송 이용 고객의 식품 매출 상위 200개 중 신선식품이 비중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식품 특화 버티컬 전문관 ‘미식관’을 열고 콜드체인 물류 인프라와 연계해 프리미엄 식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식관’ 전면 리뉴얼과 함께 소비자 커뮤니티인 ‘미식로그’를 도입하며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SSG닷컴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이커머스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오는 8월 5일에는 자체 플랫폼 ‘비욘드 신세계’를 오픈하고, 여행 전문 플랫폼 ‘비아 신세계’도 론칭하며 온라인 채널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SSG닷컴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공동으로 활용해온 통합 온라인몰이라는 점에서, 백화점 측이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자산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SSG닷컴은 백화점이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통합몰 포지셔닝을 유지하고 연계된 제품을 취급하고 있어 계열분리 과정에서도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SG닷컴이 100% 지분을 보유한 패션 플랫폼 ‘W컨셉’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W컨셉은 지난해 신세계로부터 상품 및 용역을 14억2500만 원어치 매입해, 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거래를 했다. 특히 W컨셉은 컨템포러리 및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의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타깃 소비층이나 브랜드 포지셔닝 측면에서 신세계백화점과의 시너지가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동시에 W컨셉은 SSG닷컴이 신선식품 중심 장보기 플랫폼으로 구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비장보기’ 카테고리를 보완하는 라이프스타일 수익창구로도 기능하고 있다. 이 때문에 SSG닷컴이 이마트 계열로 편입될 경우, W컨셉도 함께 이동할지 혹은 전략적으로 분리돼 신세계백화점 쪽으로 재편될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W컨셉 역시 신세계그룹의 다양한 계열사들과 연계해, 버티컬 플랫폼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SSG닷컴의 계열 분리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W컨셉의 향방이나 사업 구조 등을 아직 논의하기는 이른 단계”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