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시장 뜨는데 중고 명품은 외면…신뢰 잃은 ‘럭셔리 리셀’의 추락

중고시장 뜨는데 중고 명품은 외면…신뢰 잃은 ‘럭셔리 리셀’의 추락

발란은 회생신청, 머스트잇은 매출 반토막…명품 중고 플랫폼 흔들
무신사, 중고 패션 시장 진출…번개장터 매출 449억 기록

기사승인 2025-07-27 06:00:05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당근마켓 제공

패션 중고 거래 시장이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명품 리셀 플랫폼은 사실상 추락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7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3년 26조원에서 지난해 30조원으로 확대됐고, 올해는 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 품목이 다양화되고, 개인 간 거래 방식도 점점 정교해지면서 중고 시장은 하나의 대중 소비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표적인 중고 플랫폼 ‘후루츠패밀리’는 지난해 5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5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150만명을 넘었고, 최근 6개월간 월 거래액은 83%, 거래 건수는 133% 증가했다. 매월 100억원 이상이 거래되고 있으며, 올해 매출 목표는 1000억원에 달한다.

중고 의류 거래가 활발한 ‘번개장터’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출은 2020년 140억원에서 2023년 341억원, 지난해엔 449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실용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중고 플랫폼은 폭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무신사도 오는 3분기 ‘무신사 유즈드(MUSINSA USED)’를 론칭하고, 자체 앱 내에 중고 거래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중고 의류에 대한 수요 확대를 주요 성장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명품 리셀 플랫폼, 고점 찍고 하향 중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때 MZ세대 사이에서 고가 제품에 대한 프리미엄 거래가 하나의 유행처럼 소비됐지만, 최근에는 과도한 가격 형성과 위조품 우려, 브랜드 신뢰도 하락 등의 문제로 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우 김혜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인지도를 높였던 ‘발란’은 재무 악화로 지난 4월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현재 두세 곳의 업체와 M&A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인수 의사를 명확히 밝힌 곳은 없다. 최근 티몬을 인수한 오아시스 사례를 감안하더라도, 발란의 인수는 단기간에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명품 리셀 시장 전반의 수익성도 하락세다. 1세대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은 지난해 영업손실 78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은 119억원으로 전년 대비 52.2% 급감했다. 순손실 규모도 84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지난 4월에는 주요 경영진이 잇따라 사임했고, 5월에는 허위 광고로 35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사실이 알려지며 브랜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또 다른 명품 플랫폼 트렌비도 지난해 2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명품 리셀 플랫폼의 부진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경영 이슈나 신뢰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리셀 시장 자체가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때 MZ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되팔기’가 일종의 놀이 문화처럼 소비됐던 시기가 있었다. 희소한 제품을 빠르게 구매해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가 게임처럼 여겨졌고, 리셀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 소장과 수익, 소속감까지 충족하는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젊은 소비자들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과도하게 높은 가격의 명품이나 리셀 제품에 대해 냉담한 반응이 많다. 특히 SNS 등을 통해 리셀가 형성과 유통 과정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면서, ‘정가에 사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고가 명품을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구조 자체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이는 리셀 시장 수요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실용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의 변화가 명품 리셀 시장의 침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한 거래 플랫폼 이상의 가치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일반 중고 거래 시장과 명품 리셀 시장의 극명한 온도 차에 주목하고 있다. 한 중고거래 플랫폼 셀러는 “중고거래 자체는 지속 가능한 소비와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트렌드와 맞물리며 대중화되고 있다”며 “반면 명품 리셀은 과열된 프리미엄 구조가 무너지고, 일종의 유행처럼 소비되던 시기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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