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정선의 숲에서 자라 조선 궁궐과 한양을 떠받친 ‘황장목’, 이를 강물로 운반한 또 다른 실크로드의 캐러밴(caravan) ‘정선 뗏꾼(떼꾼)’이 조우한다.
(재)정선아리랑문화재단(이사장 최종수)은 오는 30일부터 내년 5월까지 아리랑박물관에서 특별기획전 ‘황장목과 정선뗏꾼’을 오픈한다.
‘황장목, 수도 서울을 짓다. 뗏꾼, 그 길을 열다’란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는 황장금산(黃腸禁山)이란 이름으로 엄격히 보호됐던 황장목의 문화사에 초점을 맞춰 공개한다.
또 황장목을 동강에 띄워 서울까지 나른 떼꾼의 애환과 공동체 정신도 재조명한다.
마지막 뗏목으로 동강을 누빈 최광식(정선군) 떼꾼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물때만 맞으면 아름드리나무 300그루 정도로 엮어 3일 동안 동강을 주파했다”며 “동강은 사람을 살리는 물줄기, 삶의 터전이었고 문화의 중심지였다”고 회상했다.

◇정선 황장목의 한양 여정
전시는 ‘삶의 동반자 소나무’가 정선 떼꾼을 만나 동강을 따라 수도 한양에 도착, ‘서울을 짓는다’는 여정의 모습도 담아낸다.
또 정선 떼꾼이 동강 주파 중 위험한 포인트로 지목한 황새여울과 된꼬까리, 골안떼 등 거친 여울을 거치며 부른 노래가 아리랑과 만나는 유산의 현장은 물론 이를 재해석하는 장도 펼쳐진다.
전시는 조선왕조실록과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해 20세기 초 신문 기사 등 방대한 역사 자료도 선보인다.
이어 정선 떼꾼의 생생한 증언과 아우라지 축제의 뗏목 재연 사진 등도 전시한다.
기획전시 개막식은 오는 30일 오후 2시 아리랑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일원에서 열린다.
전시를 준비 중인 주영민 재단 박물관팀장(문학박사)은 “이번 전시는 사라진 물길 위에 잊힌 사람들의 숨결을 재조명하는 작업”이라며 “나무와 인간, 강과 도시를 잇는 유기적 사슬을 되돌아보는 귀중한 시간 여행 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동강 떼꾼 전통소리가 쏘아 올린 울림
정선 동강을 지난 수백 년 동안 지배하던 ‘뗏목’ 배달부 떼꾼의 전통소리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이 기획한 창작 콘텐츠 ‘뗏꾼’은 지난 9일 부산 금정문화회관에서 열린 ‘2025 지역 상생·문화동행 페스타’에서 지역문화 우수사례상을 받았다.
2023년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지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 콘텐츠로 재해석한 ‘뗏꾼’은 황장목을 운반하던 떼꾼이 부르던 전통소리 ‘정선아리랑’을 기반으로 한 창작 콘텐츠다.
당시 떼꾼은 정선 아라리 가락을 동강마을부터 물줄기 끝인 서해안까지 싣고 갔다.
이번 수상은 ‘정선의 소리, 전통소리의 브랜드화 뗏꾼’으로, 지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 콘텐츠로 재해석한 점이 주목받았다. 떼꾼이라는 하나의 전통소리 브랜드가 주는 시사점도 크다.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 활력 회복과 정체성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수상 사례는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과제를 실천해낸 모범적인 사례로 전국 문화재단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종수 이사장은 “그동안 재단은 아리랑 등 지역 고유의 무형문화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문화사업을 펼쳐왔다”며 “지역 주민이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는 문화환경 조성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