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가 먹먹해진 것처럼 도심 소리는 걷히고 새소리가 귀를 감싼다. 널찍한 공간에 들어서자 푸르고 하얀 소품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바로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기획전 풍경이다.
서울시는 지난 18일부터 서울 구로구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특별기획전 ‘파랗고 푸른 숨’을 진행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무더운 여름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전시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박물관 근처에서 일한다는 박모(남·30대)씨는 “점심시간 전후로 가끔 들러 빈백(비스듬히 앉거나 누울 수 있는 소파)에서 쉬었다 간다”며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고 말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숨 쉬는 쉼, 그 오랜 여정으로부터’는 산업화가 본격화된 1970년대 근로환경과 복지제도를 돌아본다. 2부 ‘푸른 숨을 듣다’에선 노동자의 여가문화와 도시 속 자연을 사운드 작업으로 재해석한 예술작품을 소개한다. 마지막 3부 ‘파란 숨, 느린 호흡으로’에서는 노동자가 바라는 휴식 장면과 자연 풍경을 영상으로 담았다.
약 70평 규모의 전시장은 다양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빈백 5개가 놓인 휴식 공간을 둘러싸고 당대 사보와 출근기록기, ‘근로자의 날’ 입장권 등 소품이 진열돼 있다. 주변 근린공원 분포 지도와 연차휴가 사용 환경 변화와 같은 정보성 표지도 볼 수 있다.

보다 깊은 쉼을 느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헤드셋을 끼고 식물 소리를 듣거나 수십 종의 식물 표본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단편소설, 일상의 쉼을 기록할 수 있는 책자 등도 비치돼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평일엔 약 100여명, 주말엔 150여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오윤정 경제실 산업입지과 주무관은 “박물관이 산업단지 안에 있어 평일 유동인구는 비교적 적은 편”이라며 “주말엔 주변에 웨딩홀 등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다도와 뜨개질, 테라리움 만들기 등 참여형 연계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관람 시간은 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한편 서울시 G밸리산업박물관은 과거 구로공단(현재 G밸리) 역사를 기념하고 산업 유산을 공유하기 위해 2021년 문을 연 국내 최초 산업박물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