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자산 터는 저축은행...자금유입도 속도붙나

부실자산 터는 저축은행...자금유입도 속도붙나

기사승인 2025-08-09 06:00:06
저축은행중앙회 제공

저축은행업계가 2조원 규모의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을 털어내며 건전성 개선에 속도가 붙고 있다. 다음 달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으로 안전성이 확대되면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유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저축은행은 현재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없다보니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9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올 상반기 정상화 공동펀드를 통해 1조4000억원 규모의 PF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정상화 공동펀드란 저축은행업권이 PF 부실사업장을 정리하기 위해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다. 중앙회가 개별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매각 수요와 자산운용사의 매수 의사를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저축은행업계는 지난해에도 두 차례의 공동펀드를 통해 총 5400억원 규모의 PF 부실채권을 정리한 바 있다. 중앙회가 주도한 사례 외에도 개별 저축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매각한 부실채권까지 포함하면, 실제 정리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하반기에도 정리 작업은 이어질 예정이다. 중앙회는 최근 각 저축은행에 5차 공동펀드 조성에 대한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이를 통해 1조 원 이상 규모의 추가 부실채권 정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업계의 건전성 지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PF 부실자산 정리를 통해 저축은행 전체 여신 연체율은 약 1.2%포인트(p), PF 대출 연체율은 약 5.8%p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올 3월 말 기준 업계 평균 연체율은 8.99%, PF 대출 연체율은 17.96%다. 하반기 추가 정리가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연말 연체율이 6%대 초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저축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다음 달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을 계기로 자금 유입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존 5000만원이던 예금 보호 한도는 오는 9월부터 1억원으로 오른다. 금융당국은 보호 한도 조정 시 저축은행 수신 규모가 16~25%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치를 제시한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금리 경쟁력이 높은 저축은행으로 고액 예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업계에선 자금 유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안정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1억원 이상 자산을 가진 고객 자체가 많지 않고, 결국 고객을 끌어들이는 핵심은 예·적금 금리”라며 “현재 저축은행들이 그만한 금액에 고금리를 제공하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로 예·적금이 많이 들어올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수신이 많이 들어오는 것 자체도 현재 저축은행 입장에서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은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예·적금을 유치하는데, 최근 당국이 시행하는 강도 높은 규제로 대출이 쪼그라드는 추세기 때문이다. 여신으로 내어주지 못할 자금을 금고에 쌓아두기만 하면 결국 저축은행의 ‘부채’로 작용할 수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연소득 수준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보니 2금융권에서는 대출이 못 나가고 있다"며 "대출을 내줘야 예금이라는 부채가 탕감 되는데 대출이 막힌 상태에서 비용인 예금만 늘면 오히려 재무건전성이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속도 조절을 위해 예·적금 금리를 내리는 저축은행들도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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