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태아 출산율 세계 2위…“중장기 정책 필요”

한국 다태아 출산율 세계 2위…“중장기 정책 필요”

다태아 비율 1.7→5.5% 3배 이상 급증
출산 연령 상승에 난임 시술 증가

기사승인 2025-08-25 15:06:29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국내 다태아 출산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쌍둥이 이상 출산율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고위험 출산과 양육 부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한국의 다태아 출생 추이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다태아 출산율(총 분만 1000건당 쌍둥이 이상의 다태 분만 건수)은 분만 1000건당 26.9건을 기록했다. 이는 세계 다태아 출산율 데이터(HMBD)에 포함된 27개 주요국 중 그리스(29.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세쌍둥이 이상을 의미하는 ‘고차 다태아’ 출산율은 0.59건으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위 그리스(0.37건)를 크게 앞섰으며 전체 국가 평균(0.21건)의 3배에 달했다.

저출생 심화 속에서 다태아 출생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반토막났지만, 같은 기간 다태아 출생은 1만768명에서 1만2622명으로 늘었다. 전체 출생아 중 다태아 비율도 1.7%에서 5.5%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연구를 진행한 배혜원 전문연구원은 난임 시술의 증가와 출산 연령 상승, 보조생식술 발달을 주요 요인으로 꼽으며 다태아 출산율은 당분간 유지되거나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태아 임신 비율은 1~2%에 불과하지만, 난임 시술에 의한 다태아 임신 비율은 30~40%에 달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난임 시술을 받은 부부는 14만458명이다. 여성이 7만6315명, 남성은 6만4143명이었다.

다태아 출산 가구의 두드러진 특징은 부모의 고연령화다. 2000~2023년 다태아 아빠의 평균 출산연령은 5.0세, 엄마는 5.7세 높아져 단태아 부모(아빠 4.5세, 엄마 5.1세)보다 연령 상승폭이 더 컸다.

다태아 임신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도가 높다. 다태아 산모는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단태아보다 23배 높고, 조산·저체중아 비율도 50~60% 이상 증가한다. 다태아 임신 주수는 단태아보다 평균 3주가량 짧았고, 37주 미만에 출산하는 조산율은 단태아의 10배에 달했다.

출산 후에도 다태아의 73%는 신생아중환자실 치료를 받고, 의료비는 단태아보다 4~5배 많이 든다. 부모의 70%는 출산 후 2년간 심각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산모 30%는 고도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혜원 연구원은 “다태 임신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해 사회적 과제가 많다”며 “한국의 다태아 출생 가구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 구축과 정책 수요 기반 보건복지서비스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태아 가정은) 출산 후에도 건강 문제, 돌봄 부담 등 다차원적인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