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 여부가 이번 주 결정된다. 전직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발부될 경우 첫 구속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내란 특검 수사에 있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속심사 27일 진행…정재욱 판사 심리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27일 오후 1시30분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다.
앞서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 특검)은 지난 24일 한 전 총리에게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 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6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가운데 헌법재판소 위증과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폐기 혐의가 구속 필요성의 핵심 사유로 적시됐다.
한 전 총리는 국회와 헌재 탄핵 심판 과정에서 “계엄 선포문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증언했지만, 지난 19일 피의자 신문에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특검은 국회 증언은 범죄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헌재 위증과 계엄 문건 서명·폐기 혐의는 증거 인멸과 직결된다고 판단했다. 진술 번복 역시 구속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특검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사후 계엄 선포문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서명한 뒤 ‘사후에 문서를 만든 게 알려지면 논란이 될 수 있다’며 폐기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전날 한 전 총리에 대한 25쪽 분량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된 한 전 총리가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했다고 봤다.
박지영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국무총리는 행정부 내 대통령이 임명하는 유일한 공무원으로 헌법 수호 책무를 보좌하는 제1의 국가기관”이라며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사전에 견제·통제할 수 있는 헌법상 장치인 국무회의 부의장이기도 하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부작위를 넘어 적극적인 행위까지 있었다고 판단하고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계엄 관련 주요 인사 수사 본격화
한 전 총리의 신병이 확보되면 수사는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다른 국무위원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회 계엄해제 방해 의혹과 위증 혐의 등 남은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특검은 이날 오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법무부와 서울구치소, 박 전 장관 자택 등이 수사 대상이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 전 대통령이 최초로 호출한 국무위원 5명 중 한 명으로, 계엄 선포와 해제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간부회의를 소집해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출입국 금지 담당자를 출근하도록 한 의혹을 받는다. 아울러 ‘계엄 쪽지’ 문건과 관련해 “접힌 쪽지 형태로 받았으나 무시하기로 했다”고 증언해 위증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최 전 부총리는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으며, 대통령실로부터 ‘국회 자금 차단’과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비비 편성’ 등 지시가 담긴 쪽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계엄 관련 후속 조치가 이뤄졌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더불어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직무유기 혐의도 수사 중이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계엄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아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영장심사는 한 전 총리 개인의 신병 처리에 그치지 않고,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 전반을 향한 특검 수사의 동력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한 전 총리의) 영장 청구가 과하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당연한 절차로 보여진다”면서 “국무회의 소집 등 한 전 총리의 행위가 내란 방조 혐의와 직결되는 만큼 영장 발부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