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혀야 비행기 탑승” 공항 80% 리프트카 0대…교통약자에 닫힌 하늘길 [불편한 공항①]

“업혀야 비행기 탑승” 공항 80% 리프트카 0대…교통약자에 닫힌 하늘길 [불편한 공항①]

비행기는 하늘길을 열었지만, 교통약자에게는 여전히 닫혀 있다. 국내 공항 10곳 중 8곳은 리프트카조차 없고, 그나마 있는 탑승교도 언제든 ‘미배정’될 수 있다. 해외 항공사들이 휠체어 좌석 도입까지 논의하는 사이, 한국은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며 제자리걸음을 반복한다. 쿠키뉴스는 ‘불편한 공항’ 기획을 통해 교통약자가 마주한 불편의 현장, 해외와의 격차, 그리고 제도적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기사승인 2025-08-21 06:00:05 업데이트 2025-08-21 07:11:00
지체장애인 문경희씨가 지난 6월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내용 휠체어로 옮겨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이은정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정책국장.

리프트카는 없고, 탑승교 이용도 운에 맡겨야 하는 게 지금 우리 공항의 현실이다. 지난해 휠체어를 쓰는 장애인이 비행기에서 내려오기 위해 계단을 기어 가야 했던 사건이 불거졌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교통약자의 이동권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

리프트카 ‘0대’…공항공사, 탑승교 있으면 문제없다?

21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국내 15개 공항 가운데 교통약자의 항공기 탑승을 돕는 리프트카를 보유한 곳은 원주·군산·사천공항 등 3곳뿐이다. 전체 공항의 80%가 리프트를 보유하지 않은 셈이다. 인천·김포·김해·제주 등 주요 거점 공항은 단 한 대도 보유하지 않았다.

공항공사 측은 리프트카가 없더라도 대부분의 공항에 탑승교가 설치돼 있어 교통약자 탑승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원주·군산·사천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공항에 리프트카는 없지만, 탑승교를 통해 교통약자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탑승교조차 못 쓴다”…현장 불편 사례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다. 탑승교가 설치돼 있는 공항에서도 교통약자가 기본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제주에 거주하는 뇌병변 장애인 김도경(20대·남)씨는 당일 항공권을 예매하려고 공항을 찾았다가, 탑승 설비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씨는 “탑승교나 리프트카 등 교통약자를 위한 탑승장비 제공이 100% 이뤄지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비행기를 탈 때면 마치 제비 뽑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에 사는 임경미(50대·여)씨도 “전동 휠체어를 타는 지인들과 함께 제주행 비행기를 타려 했지만, ‘탑승교 배정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공항을 이용해야 했다”며 “공항 측에 대책을 묻자 돌아온 답은 ‘보호자가 업고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탑승교. 현대로템

탑승교 요청 5건 중 1건 거절


쿠키뉴스가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한국공항공사의 ‘교통약자를 위한 탑승교 배정 요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23~2025년 7월) 간 김포 등 지역 공항에서 탑승교를 배정한 건수는 총 1만4613건이었다. 그러나 이 중 3331건(22.8%)은 실제론 배정되지 않았다. 리프트카는 전무하고, 그 대안으로 꼽는 탑승교마저 5건 중 1건은 배정이 불발되는 현실이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탑승교를 배정받은 모든 항공기에 교통약자가 탑승한 경우 추가 배정이 불가했다”고 설명했다. 

“교통약자 이동권은 기본권”

교통약자 이동권 개선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에 머무르면서 탑승 지원 강화를 위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정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정책국장은 “많은 장애인이 탑승교 배정을 받지 못할까 봐 일부러 큰 공항으로 가거나, 아예 탑승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누려야 할 편의시설을 이용하지 못해 권익을 침해당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체계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 휠체어 승객이 이동 설비인 리프트카를 지원받지 못해 계단을 기어 비행기에서 내린 사건은 우리나라 장애인 이동권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방증한 사례”라며 “국토교통부와 공항공사, 항공사 모두 책임감을 갖고 설비 지원을 100% 보장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하늘길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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