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금감원장, 기대와 우려 [데스크 창]

‘실세’ 금감원장, 기대와 우려 [데스크 창]

기사승인 2025-08-21 16:24:09

이복현 전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에서 소위 ‘실세 금감원장’으로 통했다. 그는 취임 후 강도 높은 감독 행보를 보였다. 검사 중간 결과를 언론에 공개하며 금융사 압박 수위를 높였고,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구두로 직접 개입했다. 이 전 원장은 상위기관인 금융위와 충돌하며 ‘월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금융위가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직을 걸겠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전 원장이 ‘실세’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는 사법연수원 32기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농단 특검 등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며 ‘윤석열 라인의 막내’로 불리기도 했다. 대통령과 함께 활동한 검사가 금감원장으로 선임되면서 금융권에선 그의 권한을 ‘무소불위’라고 평가했다.

실세 금감원장은 당면한 금융 현안을 풀어나갈 때 강한 추진력을 보인다. 앞서 이복현 전임 원장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사태 등 각종 현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갔다.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도 금융사를 압박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금융 현안이 금융권을 넘어 산업, IT 등 여러 분야로 확산해 나가는 지금, 강력한 금감원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일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강한 목소리의 배경이 대통령으로 향하는 만큼 균형 잡힌 업무 수행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복현 전 원장의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유지했다.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7개월의 조사 끝에 김 여사와 연결점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펀드 환매 사태에서는 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공개된 검증 절차 없이 임명된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금융위원장은 고위 공직자의 자질과 적격성을 검증하는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지만 금감원장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피해 금감원장에 친정부(親政府) 인사를 임명하고, 입맛대로 금융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세 금감원장은 이재명 정부 들어서 다시 등장했다. 금융위는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의 지명에 따라 임시 회의를 열고 이찬진 변호사를 새 금감원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은 현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 사회1분과장을 맡은 인물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시험 28회,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이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변호를 맡기도 했다.

이찬진 신임 원장 역시 실세란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는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전임 원장과의 차별점을 내세우고 있다. 과연 이 신임 원장이 권한을 공정하고 균형 있게 발휘해 금융 시장의 안정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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