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명실상부 ‘예능 맛집’으로 통하는 넷플릭스가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주요 예능 목록을 공개하며 화제성 예열을 마쳤다.
‘넷플릭스 예능 페스티벌 2025’이 2일 서울 청계천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황슬우 PD, 장호기 PD, 김예슬 PD, 김학민 PD, 김재원 PD, 정종연 PD, 이소민 PD, 김노은 PD, 유기환 디렉터가 참석했다.
당초 넷플릭스는 시리즈에 강세인 플랫폼으로 여겨졌으나, 몇 년간 예능 라인업에도 주력하며 전 콘텐츠에 강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유기환 디렉터는 “4년 전부터 이런 자리를 갖고 ‘연간 예능 3개를 선보이겠다’ 식으로 말했었는데, 이제는 저희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것 같다. 오늘은 앞으로 나아갈 단계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년여도 넷플릭스 예능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더 인플루언서’, ‘신인가수 조정석’, ‘코미디 리벤지’,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솔로지옥4’, ‘대환장 기안장’, ‘데블스 플랜: 데스룸’,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등을 쉴 틈 없이 선보이며 화제성을 놓치지 않았다.
유기환 디렉터는 ‘흑백요리사’의 성공, ‘피지컬100’ 포맷의 세계화를 짚으며 “작년은 의미 있는 한 해였다”고 자평했다. 유 디렉터는 “‘흑백요리사’는 높은 관심과 시청시간에 그치지 않고 요식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피지컬100’은 한국 리얼리티 서바이벌 예능 포맷이 전 세계 대표주자가 된 것에 자부심이 있다”고 부연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예능 러시는 계속된다. 9월 ‘크라임씬 제로’, 10월 ‘피지컬 아시아’, 11월 ‘케냐 간 세끼’, 12월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2’, 2026년 ‘솔로지옥5’, ‘미스터리 수사단2’, ‘대환장 기안장2’, ‘유재석 캠프’, ‘이서진의 달라달라’,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2’가 주인공이다.

레전드 롤플레잉 추리 게임으로 꼽히는 ‘크라임씬’은 앞서 JTBC에서 티빙으로 플랫폼을 옮긴 바 있다. 이번에는 ‘크라임씬 제로’로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자를 만난다. 황슬우 PD는 “넷플릭스를 만나게 되면서 테마, 스토리, 세트 모두 ‘스케일 업’됐다. 그리고 많은 분이 기다리시는 레전드 플레이어가 한자리에 뭉쳤다는 점에서도 업그레이드됐다”고 자신했다.
앞서 ‘크라임씬’은 시즌1, 시즌2, 시즌3, 리턴즈 등 이름으로 공개됐지만, 새 시즌은 ‘제로’를 택했다. 글로벌 시청자를 처음 만나는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다. 이에 걸맞게 출연진을 시그니처 플레이어로 꾸렸고, 게스트 제도도 부활시켰다. 황슬우 PD는 “글로벌로 나가면 생소하신 분도 계실 거라서 정체성을 잘 표현해 줄 출연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크라임씬’ 하면 떠오르는 장진, 박지윤, 장동민, 많이들 기다려주신 김지훈, 안유진을 섭외했다”고 밝혔다.
‘미스터리 수리단2’ 공개와 ‘데블스 플랜3’ 제작 확정 소식을 알린 정종연 PD는 두 프로그램 모두 이전 시즌보다 더 나은 퀄리티로 선보일 것을 약속했다. 정 PD는 “‘미스터리 수리단2’는 시즌1처럼 ‘보다 만 듯하다’는 평을 듣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했다. 로케이션에서 스튜디오를 지향했는데 이번에는 야외도 많이 나가서 그림이 시원시원할 거다. ‘데블스 플랜3’ 역시 ‘지난 시즌보다 낫나’라고 자문했을 때 괜찮을 것 같아서 진행하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피지컬100’은 무대를 확장한 ‘피지컬: 아시아’로 돌아온다. 장호기 PD는 “시즌제로 제작하다 보면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이번에는 다른 형태로 확장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국가 대항전’을 떠올렸다. 8개 국가가 참여하고, 필리핀 대표로 파퀴아오 선수까지 참가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는 심사위원 백종원의 각종 논란에도 예정대로 방송된다. 관련 질문을 받은 유기한 디렉터는 “신중하게 고민했다”면서도 “작품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이 어떤 선택으로 영향을 받는지 생각해야 한다. 참가 셰프 100명, 400명에 가까운 스태프가 연계된 프로그램이라서 예정대로 공개하고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답했다.
나영석 PD 사단 에그이즈커밍과 넷플릭스의 첫 만남도 주목할 만하다. 이수근, 은지원, 규현의 ‘케냐 간 세끼’, 이서진, 나영석 PD의 ‘이서진의 달라달라’는 tvN, 티빙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김예슬 PD는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대해 “후반 작업에서 완성도 있게 모니터링해주시고 검토해주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넷플릭스라는 대형 OTT가 왔다고 하니 감개무량해 하셨다”며 나영석 PD의 소회를 대신 전했다.
‘솔로지옥’으로 넷플릭스에서 최초로 다섯 번째 시즌을 제작하게 된 김재원 PD는 “너무 감사하다. 꾸준히 길게 가고 싶다”며 “처음 목표는 시즌10이었는데, 이번 시즌 편집을 해보니 시즌20까지 갈 것 같다”고 자신했다.
매 시즌 ‘핫’한 출연자들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했다. 김재원 PD는 “SNS 섭외의 한계를 느껴서 길거리로 나갔는데 경기가 불황이어서 거리에 사람이 없더라.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고전적으로 전단지를 만들어서 결에 맞는 출연자가 갈 법한 헬스장, 레스토랑, 미용실에 붙여놓고 기다렸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풀었다.

‘솔로지옥5’가 겨울 연애 예능을 책임진다면, 여름에는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2’가 있다. 김노은 PD는 앞서 ‘솔로지옥5’가 ‘테토녀(테스토스테론과 여자를 합친 말)의 전쟁’이라는 김재원 PD의 설명을 받아,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2’는 “에겐남(에스트로겐과 남자를 합친 말)들의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2’ 지원자 수는 지난 시즌 인기에 힘입어 3배 이상 뛰었다는 전언이다. 김노은 PD는 “시즌1 때 4000명이 지원해 주셨다면 지금은 1만2000명이다. 지원자 수가 늘어난 만큼 더 다양한 캐릭터를 기대하실 수 있을 거다. 장치나 구성에서도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 더 ‘모솔 밀착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민박 유니버스는 기안84에서 국민 MC 유재석으로 확장된다. 이소민 PD는 ‘유재석 캠프’로 처음 민박 예능에 도전하는 유재석에 대해 “주인장의 철학과 취향이 고스란히 보이는 포맷인데, 유재석 씨가 처음 민박을 운영하면서 보여줄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믿고 보는 리더십도 기대되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허술한 모습도 기대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넷플릭스의 말대로 그야말로 ‘논스톱 예능 슬레이트’다. 유기환 디렉터는 이처럼 풍성한 라인업을 꾸릴 수 있었던 배경으로 “한국은 리메이크한 작품에 큰 즐거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년 새 포맷을 쉬지 않고 내놓는 것에 넷플릭스 외국 예능팀이 가장 놀란다”며 “제작자분들은 매년 새로운 것을 내놔야 해서 골머리를 앓으시지만, 덕분에 저희는 감사하게도 신선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