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군비 증강 흐름 속에서 K 방산이 성과를 내며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자립을 통해 방산 주권을 확보하고 선진국들이 독점하고 있는 첨단 소재에 대한 연구 개발을 하기 위해 국내 방산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다. 폴란드 수출을 필두로 한 그간의 성과들을 바탕으로, K 방산의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 국내에서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현석 방위사업청 미래전력사업본부 첨단항공엔진 파트리더는 17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방산수출 활성화와 핵심장비/부품 국산화 제고 방안 세미나’에서 “선진국들은 무기 엔진 기술의 이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며 “항공엔진 기술을 발전시키지 않는다면, 한국은 결국 핵심 부품인 엔진 구매력에서 미래에 한계를 마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미나에서는 핵심 부품인 엔진에 대한 국산화 방향 논의가 심도 깊게 이어졌다. 엔진 기술은 무기체계 성능과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기에 안보에 직결되는 기술이다. 이런 이유로 국방부와 민간 방산업체들은 엔진과 연계되는 첨단 소재, 부품 개발부터 전주기 안정성 평가까지 종합적인 기술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방산 강국인 미국은 현재 국가안보와 기술 패권 유지를 위해 무기 엔진 등 첨단 군사기술의 엄격한 수출 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을 기반으로 무기 관련 기술과 물자의 해외 유출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데, KF-21 같은 한국산 무기 엔진의 해외 판매도 미국이 직접 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핵심 엔진 기술이 포함된 무기 체계의 해외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동맹국의 최첨단 전투기 엔진 판매조차도 제한하고 있어 한국 전투기 수출과 개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이 첨단 기술혁신과 수출을 견인하는 글로벌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더욱 혁신인 발전 생태계를 마련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들이 이어졌다. 이에 따른 실천 과제와 현실화 방안들도 공유됐다.
세계 주요 강국들은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기존 5세대 전투기와 차별화된 유무인 복합체계 중심의 혁신적 전투기 운용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6세대 전투기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임무 최적화와 방송 무기(레이저,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선택적 유인기(OPV) 설계로 유인기와 무인기를 유기적으로 통제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도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전투기의 전자전 능력, 대용량 엔진 출력을 바탕으로 초음속 순항과 장거리 작전능력까지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 역시 KF-21 개발 성공을 바탕으로 2030년대 중반 6세대 전투기 개발을 목표로 유무인을 결합한 복합체계와 독자 AI 기술에 역량을 쏟고 있다. 정부 또한 기술적 우위와 자주국방의 전략적 확보를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8월 ‘방산벤처 중소기업 육성, 방산 R&A 확대’등 K-방산 역량 강화를 통해 방산 4대강국을 견인하겠다는 국정과제도 제시한 바 있다.
기업들은 각자의 주력 기술에 대한 현 단계의 개발 상황을 발표하고, 향후 도전 과제 및 이에 따른 전략 제언을 공유했다.
신상준 항공우주산업(KAI) 미래전략실장은 “KF-21를 한국형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한 기술 인큐베이터 역할로 삼아 단계적 성능 개량을 통해 고유 항공 플랫폼 기술을 구축하고자 한다” 며 “업체들 간 공동의 성능 목표를 세우고, 원팀 협의체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도 “첨단항공엔진기술을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기재부, 과기부, 산자부, 국방부, 방사청에 걸친 범부처 협력을 통해 원팀으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사업 착수를 위한 선행조치에 착수할 것을 제안드린다”며 “2027년 상반기를 목표로 차세대 전투기 체계에 국산엔진을 적용해가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 적기에 준비 시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방산이 중장기적으로는 각국에 수출을 담당하는 중추국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세미나에 참석한 권평오 전 코트라 사장은 “사장으로 일했던 경험에 비춰볼 때 방위 제품은 일반 공산품들과 다른 특성이 많아 수출에 제약사항들이 많았다”며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지점을 파고들어 해외 마케팅 전략이 정책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덕 LIG 넥스원 레이다 연구소 연구위원도 “수출조직, 인력, 인프라 활동뿐 아니라 해외 마케팅 활동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수출국에 맞춤형 베넷핏을 제공해 우위를 점하도록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참여자들은 그간의 연구와 투자로 쌓아온 성과가 오늘날 K-방산의 경쟁력과 신뢰를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방산 기술이 국가안보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앞으로 정부 각 부처와 국회가 ‘원팀’으로 협력해 수출 규제 혁신과 과감한 지원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안상락 방산진흥본부장은 “연구개발의 평가가 성패가 업체 평가를 좌우하는 부분 때문에 업체들이 국산화 비율에만 집중하다 자칫 다른 부분을 놓치지 않도록 정책이 뒷받침되길 바란다” 며 “업체 평가 기준을 현 상황에 맞도록 제도화하는 부분도 중요하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제도적 뒷받침을 약속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은 영상 축사를 통해 “자주적 기술력 확보와 부품 국산화는 우리 군의 전력 자립을 의미함과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면서 “국회 또한 여야를 초월해 제도적 뒷받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도 “세계 4대 방산수출국 도약의 열쇠는 핵심 부품·장비 국산화 및 기술 주권 확보”라면서 “국회서 K방산 여의도 1호 영업사원으로 관련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