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 동시 방문’…글로벌 외교 격전지 될 경주

‘트럼프 시진핑 동시 방문’…글로벌 외교 격전지 될 경주

기사승인 2025-09-18 21:09:4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참석이 가시화되면서 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초대형 외교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2기 들어 미중 정상이 첫 대면하는 무대가 경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이 사실상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중국과의 외교장관 회담 후 베이징특파원단 간담회에서 “APEC 정상회담에 시 주석 방한이 확실한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왕이 외교부장의 10월 방한 일정이 조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도 한미 양국 대통령이 “경주 APEC에서 만나실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을 기정사실화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내달 3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에 미중 정상이 나란히 한국을 방문하는 사례가 된다. 관세·무역 회담을 진행중인 미중 정상이 경주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정상 간 담판을 벌일 가능이 크다는 분석이다. 

두 정상은 통상 질서를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APEC 회원국들을 설득하는 외교전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세계 무역 환경을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통상 질서가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각국의 협조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시 주석은 이런 미국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며, ‘자유로운 국제무역 질서’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APEC 의장국으로서 손님맞이와 다중 외교전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도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교착 중인 한미 투자 협상을 마무리짓고 ‘동맹 현대화’ 등 안보 현안에 대해 정상간 담판이 이뤄질 수 있다. 다음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도 한미 정상간 만남이 가능하지만, 유엔총회의 경우 다자외교 일정이 촘촘하게 짜여지는 탓에 양자간 심도 있는 논의가 어려운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APEC을 계기로 만나 한미간 현안인 관세와 비자, 안보 문제 등 을 패키지로 다루면서 완성도 높은 타결을 기대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국빈관에서 조현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한중 회담을 통해서는 중국의 반발을 샀던 이 대통령의 이른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시대는 끝났다는 발언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한편 전임 윤석열 정부 시절 소원했던 한중관계를 복원,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중국은 이달 초 열린 80주년 전승절 기념행사에 이 대통령을 초청했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 참석으로 정리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한중 정상 간 만남인 만큼 외교 정상화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를 고리로 한 양국의 역할론에 대한 얘기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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