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2조3000억 베팅…미·유럽 시장 동시 공략 승부수

DB손보, 2조3000억 베팅…미·유럽 시장 동시 공략 승부수

기사승인 2025-09-29 11:03:18
D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이 약 2조3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특화보험사 포르테그라(Fortegra)를 인수한다. DB손보 해외 진출 가운데 가장 과감한 행보로, 미국과 유럽 스페셜티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지난 26일 미국 특화보험사 포르테그라(Fortegra)의 발행주식 100%를 약 16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대금은 전액 자체 자금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국내 손해보험사가 미국 보험사를 직접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8년 설립된 포르테그라는 자동차 보호상품·보증 프로그램·특화보험에 강점을 지닌 글로벌 보험그룹이다. 미국 전역과 영국·이탈리아 등 유럽 8개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원수보험료(GWP)는 30억7000만달러(약 4조4000억원), 순이익은 1억4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달한다. 장기 합산비율은 90%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신용평가사 AM 베스트로부터 재무건전성 ‘A-’ 등급을 받았다.  

DB손보는 이번 인수를 통해 세계 최대 손해보험 시장인 미국과 안정적 수익 기반을 갖춘 유럽 보증보험 시장에 동시에 진출한다. 이를 통해 상품과 지역별 리스크를 분산하는 한편,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DB손보는 일찍부터 글로벌화 전략을 추진해왔다. 1962년 국내 최초 공영 자동차보험사로 출범한 뒤, 사명을 ‘동부화재’에서 DB손해보험으로 바꾸며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984년 괌 지점을 열며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고, 최근에는 베트남항공보험(VNI), 사이공-하노이보험(BSH) 등 현지 보험사 지분을 인수하며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미국·유럽 시장 진출을 베트남 등 신흥국 투자 경험을 토대로 한 ‘본게임’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각국의 규제와 언더라이팅 차이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향후 과제로 지목된다.

인수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재무 부담도 제기된다. 이번 거래 금액은 DB손해보험의 지난해 순이익을 웃도는 규모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수로 DB손보의 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이 15~2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비율이 여전히 20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주주환원 정책에 직접적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업권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으로 추정되나, 최종적으로는 1조원 초반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DB손보가 포르테그라의 순자산 가치보다 약 1조~1조3000억원을 웃도는 금액을 지불한다는 의미다. 최근 환율 변동성도 부담 요인으로 꼽히지만, 회사 측은 보유 중인 외화자산을 활용해 6개월간 분산 집행하며 환위험을 관리할 계획이다. 인수는 규제 당국의 인허가를 거쳐 2026년 상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박기현 DB손보 해외사업부문장은 “이번 인수는 한국 보험사 최초의 미국 보험사 인수로, DB손보가 글로벌 보험사로 도약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포르테그라의 전문성과 당사의 자본력·네트워크를 결합해 고객 가치와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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