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약·면접약으로 둔갑한 심장약 오남용하면 위험” [건강칼럼]

“수능약·면접약으로 둔갑한 심장약 오남용하면 위험” [건강칼럼]

심혈관계질환 치료제 인데놀정 불안해소용으로 악용
증상없는데 복용할 경우 부작용·기저 질환 악화 가능

기사승인 2025-10-29 11:08:26
‘수능약’ 혹은 ‘면접약’으로 불리는 일부 약이 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수험생을 둔 학부모,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시험 당일 긴장을 완화해 주고 떨림이나 가슴 두근거림을 줄여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후기들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혈관 질환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을 불안 완화용으로 임의 복용하는 것은 부작용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약제팀 조은비 약사의 도움말 증상이 없는 사람이 약을 복용할 경우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알아본다.

인데놀정(프로프라놀롤)은 교감신경의 작용을 차단하는 베타차단제 계열의 전문의약품으로, 고혈압이나 부정맥 같은 심혈관계 질환 치료에 주로 사용된다.

국내 식약처는 심장의 기외수축, 발작성빈맥의 예방, 빈맥성‧발작성 심방세동, 동빈맥, 협심증, 고혈압, 갑상샘중독증의 보조요법으로 허가했고, FDA는 비대 심근병, 심근의 재경색 예방, 진전‧떨림(Tremor), 편두통 예방으로 해당 약제의 사용을 승인했다. 

최근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불안 증상, 편두통 예방에도 급여가 확대되며 해당 목적 사용 외에도 인데놀정 처방이 증가하고 있다. 복용 후 1~2시간 이내 최대 혈중농도에 도달해 가슴 두근거림, 떨림 등을 줄여주는 효과를 이용해 수험생, 취준생들 사이에서 ‘수능약’, ‘면접대비약’, ‘불안해소약’으로 불리며 긴장을 완화시키는 목적으로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0~19세 소아·청소년에게 처방된 인데놀정은 총 170만 2422건으로 2020년에 비해 지난해 약 1.4배 늘어났다.

현재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의약품적정사용정보(DUR) 시스템에는 인데놀이 ‘연령 금기’로 지정돼 있지 않아 소아, 청소년에게 처방을 막을 방법이 제한적이다. 비대면 플랫폼을 통해 쉽게 처방이 가능한 점도 늘어난 처방량에 한몫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인데놀정은 증상 없는 사람이 복용할 경우 부작용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치료제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인데놀 성분 복용 후 보고된 이상 사례는 총 1,175건으로 어지럼증, 졸림, 두통, 저혈압 등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됐다.

환자의 기저질환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약 복용시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서 호흡 발작을 야기할 수 있고, 당뇨병환자는 저혈당의 신호인 가슴 두근거림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또한 혈압이 낮거나, 분당 60회 미만의 서맥 환자의 경우 관련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머리 좋아지는 약, 집중력을 높이는 약으로 메틸페니데이트(methylpenidate) 성분의 ‘페니드정’, ’콘서타오로스정’ 등의 향정신성의약품 복용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식약처에서는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현재 인데놀정은 식약처의 규제가 없는 상황으로, 전문의약품이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의 정확한 진단에 따라 치료 목적으로 제한적 사용이 필요하다. 

인데놀정 복용 후 쉽게 효과를 봤다면, 약물을 반복적으로 복용하기 쉬워지고 약물에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용량에 비례해 효과를 나타내는 약이 아니므로, 많은 용량을 복용한다고 해서 긴장도가 더 감소하지 않는다.

이에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을 약으로 쉽게 해결하기보다는 약물에 심리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자신만의 건강한 긴장 완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 기르기, 스트레스 관리, 명상 등의 마인드컨트롤이 내면의 단단한 힘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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