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란 리듬 속, 마음 뺏는 홍경의 춤 [쿠키인터뷰]

‘굿뉴스’란 리듬 속, 마음 뺏는 홍경의 춤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주연 홍경 인터뷰

기사승인 2025-10-30 06:00:09
배우 홍경.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를 춤으로 표현하면 ‘군무’다. 그렇다면 변성현 감독은 치밀한 짜임새와 세련된 강약조절로 늘 트렌디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곡가 겸 안무가고, 조명·미술·분장·의상 스태프들은 오랜 시간 합을 맞춘 댄서겠다. 배우 홍경(29)은 센터였다. 믹스팝에 프리스타일 댄스를 멋드러지게 선보인 그는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큰 리듬 안에서 춤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굿뉴스’는 1970년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영화. 1970년 ‘요도호 사건’으로 불리는 일본항공 351편 공중 납치 사건이 모티프다. 지난 17일 공개됐다.

홍경은 극중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 역을 맡았다. 서고명은 영어는 기본이요, 일본어에도 능통하고, 선인인지 악인인지는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입체적 인물이다. 레이어가 많을수록 매력도 짙어지기 마련인데, 홍경이 특히 서고명에게 끌렸던 점은 ‘뜨거움’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명석하고 뜨거운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쉽진 않아 보였어요.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것도 그렇고 랩컨에서 일하는 몇 안 되는 사람인 것도 그렇고. 하지만 상하관계가 분명한 시대에 명령을 따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야망이 뜨겁게 느껴져서 호기심이 들었어요. 자기 길을 가고자 하는 의지에서는 동질감이 들기도 했고요.”

홍경은 애착이 큰 캐릭터를 세심히 들여다보고 구현하고자 애썼다. 본래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출연이 확정되자마자 영어·일본어 공부에 돌입했다. 5개월 동안 7~8㎏을 증량하며 몸도 만들었다. 서고명이 붕 떠있는 만화적 인물들과 달리 유일무이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지점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 때 고민한 흔적을 디테일하게 찾았다”고 했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도망갈 곳이 없었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감독님이 ‘네가 이 영화의 심장’이라고 하셨었어요.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있는 친구는 고명밖에 없거든요. 야망 혹은 이익을 좇으면서도 승객들이 처한 상황을 보고 혼란스러워해요. 이 면모가 인간적이잖아요. 말도 안 되고 거침없는 상황과 인물들 속에서 어떻게 이를 믿고 반응하는지가 과제였어요. 언어는 늘 기회라고 생각하고 익히는 편이에요. 일본 배우분들도 대본과 다르게 해보고 싶을 텐데, 그러면 대사가 달라질 수 있잖아요. 그 뉘앙스를 알아차리는 데 중점을 두고 공부했어요.”

배우 홍경. 넷플릭스 제공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부터 이어져 온 ‘변성현 월드’는 서고명을 제것처럼 흡수한 홍경에게 완벽한 무대가 돼줬다. 홍경은 “어마어마하게 훌륭한 프로덕션이 있었다.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매카닉(mechanic) 같았다. 엄청나게 기분 좋은 텐션 안에서 일했다”고 회상했다. 다만 완벽한 현장에서 오는, ‘나만 잘하면 돼’ 같은 압박감은 필연적이었다. 다행히 그는 제법 즐긴 듯했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자연스레 리액팅이 나왔어요. 관제실에 있는 버튼 모두 불이 들어오고 조작이 가능했어요. 못해내면 안 되는 거죠. 코너에 몰린달까요. 그런데 저는 이런 느낌을 완전 좋아해요. 그때 생기는 리듬감이 있는데, 이번에는 완벽한 파도 위에 오른 것 같았어요. 굉장했어요. 짜릿했고요. 끝났을 때 아쉬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홍경은 ‘굿뉴스’를 확신한다. 부끄럽지 않다고도 했다. 그 말에 허세는 없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야 있겠지만, 홍경의 연기를 보고 호평하지 않기란 쉽지 않을 터다. 그도 그럴 것이 ‘굿뉴스’는 홍경의 “젊음을 다 담은 작품”이다. 그는 “‘굿뉴스’로 20대의 문을 닫을 수 있게 돼서 뜻깊다. 제가 20대부터 쫓아온 게 ‘굿뉴스’고, 서고명이라고 생각한다”며 힘주어 말했다.

“말로 다 설명할 순 없지만 저는 무언가를 쫓고 있어요. 모호하게 들리겠지만 ‘결백’(2020) 때부터 비슷하게 말해왔어요. 이 모든 것을 총집합한 작품과 친구를 만난 것 같아요. 저도 고명처럼 꽤나 뜨거워요(웃음). 일을 대하는 온도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어요. 나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와도 맞닿고요. 제게 달려보라고 출발대에 올려주신 감독님을 깊이 애정합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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