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차기 은행장 임명을 앞두고 ‘보은 인사’를 강력히 반대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3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기업은행 노동자는 철학과 역량을 갖춘 새 은행장을 원한다”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행장의 최우선 자질은 현 대통령과 여당이 기업은행 노조와 체결한 합의를 지킬 의지와 능력”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언급한 ‘합의’는 지난 대선 직전인 2025년 5월8일 이재명 대선 캠프의 최종 책임자였던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 명의로 체결됐다. 성명서에 따르면, 당시 캠프는 “상장회사이자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의 이중적 지위로 인해 예산·인력 자율성이 과도하게 통제받고 있음을 공감하며,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노조는 상장회사인 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면서도, 공공기관으로서 ‘총인건비제’의 일괄 적용을 받아 시중은행 대비 30% 낮은 임금과 1인당 800만원에 이르는 체불 수당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 부조리를 인정하고 개선하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 측의 약속”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새 행장이 기업은행 특수성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할 사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합의서에) 자질 부족 낙하산 행장을 근절하고 투명하게 임명한다는 상식을 지키겠다는 약속도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기업은행장 자리를 대선 전리품처럼 나눠 먹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만약 현 집권 세력이 윤석열 정권에서 만연했던 함량 미달 측근 임명, 보은 인사를 답습한다면, 금융산업 전체 노동자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성태 현 기업은행장은 내년 1월3일에 임기를 마친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행장 선출은 별도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지 않고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김성태 현 기업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역대 기업은행장 가운데 연임한 전례가 두 번에 그치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 이후 소위 ‘친(親) 정부’ 인사의 발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유력한 차기 은행장 후보로는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이사가 꼽힌다. 기업은행 전무 자리는 차기 행장에 도전하기 위한 요직으로, 김 행장 역시 과거 전무를 역임했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와 양춘근 전 IBK연금보험 대표 또한 유력 후보로 언급된다. 이들 모두 기업은행에 입행해 은행 내 핵심 부서들을 두루 거친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외부 인사가 중용될 가능성도 크다. 역대 행장 중 내부 출신은 김 행장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하며, 정권과 코드가 맞는 관료 출신이 중용돼 왔다. 외부 인사 중에서는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 정부 출범 초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다만 김 행장이 재임 중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는 점, 내부 출신 인사로서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김 행장 취임 직후인 2023년 기업은행은 2조675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도 2조6738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