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글로벌 반미패권 확산에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 고민해야[박진호의 아웃사이트]

대선 후보, 글로벌 반미패권 확산에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 고민해야[박진호의 아웃사이트]

-방위비분담금 증액 압박에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기사승인 2025-05-02 11:35:56

오늘날 한미동맹의 근간은 1953년 양국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지난 반세기 이상 동안 한미간 전략적 협력관계는 성공적으로 발전 및 확대되어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동맹관계로 평가받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당시 역사적 상황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지만 한국전쟁 휴전을 위한 한미간 정치적 협상의 결과물이었다. 한미연합방위태세가 한반도 휴전 체제의 안정적 관리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북한의 군사적 위협 확산을 억지하는데 있어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북한이 핵무장 고도화를 넘어 러시아와 군사동맹 관계 급진전을 매개로 글로벌 차원의 ‘반미패권 연대’에 동참하는 패러다임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이 묘약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분담금 증액 압박 조짐에 대해 한껏 움츠리고 숨 죽여 지켜보고 있다. 방위비분담금을 둘러싼 재협상 여부는 사실상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지칭하며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서 매년 100억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독일 등의 지역에서 미군의 주둔을 위해 미국이 지불하는 비용에 대해 별도로 고려하고 있다(keep us a separate item)는 점을 분명히 밝혔고 주한미군 병력 및 전력의 ‘전략성 유연성’ 강화까지 거론하고 있어 분담금 조정에 치중한 근시안적 대응이 아닌 보다 전략적인 거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서양 최초 군사사상가인 클라우제비츠(Clausewitz)는 “전쟁은 단순한 정치 행위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도구이다”고 정의했다. 지난 4월 초 미국 상원군사위원회에 출석한 새뮤얼 퍼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모두 주한미군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군사전략적 판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非)군사적 방법을 통한 대(對)중국 견제력을 결집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기조에 따른 정책 이행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차원에서 병력과 전력의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고립 및 우선주의 강화, 미중 무역전쟁의 악화, 북러 군사동맹 관계의 급진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유럽 집단안전보장 체제 강화 등 냉전 종식 이후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정착은 지난 반세기 이상 동안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차원의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동맹에 따른 군사적 책임과 의무를 최소화시킬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 뿐만 아니라 미국이 직면한 전략적 위험에 따른 복합적 결과물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이후 점증되는 한미관계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에 맞춰 대응하는 것은 더 심각한 불확실성을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좌관을 지낸 지정학 전략가(geopolitical strategist)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박사는 ‘거대한 체스판(The Grand Chessboard: American Primacy and Its Geostrategic Imperatives)’에서 “미국의 직면하게 될 최악의 (지정학적)시나리오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이란까지 이념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미국에 대한)불만감(complementary grievances)으로 통합된 (미국을 패권국가로 지목하는)반(反)패권 연합이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우려는 유럽, 중동, 아시아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현실화되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이 ‘반패권 연합’에 무임승차하고 있어 한미군사동맹의 패러다임적 변화 없이는 우리가 거대한 체스판에서 방기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70년 넘게 존속되는 가운데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것은 세계사적으로도 유일무이한 사례에 가깝다.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는 한미군사 동맹 강화 방안은 글로벌 지정학적 변화에 눈 감은 우물안 개구리를 자처하는 것이다. 우리가 거대한 체스판에서 전략적 의미를 가지기 위해선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가장 효과적인 옵션이다. 특히, 북한이 미국의 글로벌 헤게모니에 대응하는 글로벌 지정학적 변화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선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전략적 성찰과 자성이 필요하다. 

박진호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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