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현장에서 위조된 국가자격증을 소지한 외국인 근로자가 시공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공문서위조 및 행사죄에 해당하며, 무자격자 시공에 따른 부실시공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경기도 부천시의 한 데이터센터 신축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위조된 ‘거푸집기능사’ 자격증을 소지한 채 시공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현장은 DL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쿠키뉴스가 확보한 자격증 사본을 보면 두 외국인 근로자 명의로 발급된 거푸집기능사 자격증의 ‘관리번호’와 ‘자격번호’가 모두 동일하다. 자격증 번호는 자격의 고유성을 확인하기 위한 정보로, 중복 발급은 불가능하다. 또한 해당 자격증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의 직인도 누락돼 있다.
자격증 위조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정황도 나왔다. 취재진이 확보한 현장 관계자 간 문자 메시지에는, 한 관계자가 외국인 근로자 담당자에게 “귀가 보이는 정면 사진”을 요청한 뒤 자격증이 만들어졌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처럼 위조된 자격증을 가지고 실제 거푸집 작업 등 시공에 투입됐다. 거푸집은 건축물의 기둥과 벽을 세우는 기초 작업으로, 기능사 자격증이 필수다. 해당 자격증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급한다.
업계에서는 위조 자격증 문제가 저렴한 인건비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내국인 숙련공 대비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근로자를 현장에 고용하기 위해 자격증 위조가 이뤄졌다는 것. 정식 거푸집 기능사 일당은 5년 이상 경력자 기준 25만~30만원, 숙련공은 30만~40만원 수준이다. 반면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일 16만~20만원 사이에 고용이 가능하다.
건설 현장 관계자는 “거푸집 기능사 자격증이 없으면 현장에서 일하기 힘들다”며 “노동부에서 불시 점검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서 자격증을 위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가에서 발급한 자격증 위조는 공문서위조 및 행사죄에 성립한다. 건설 전문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국가 자격증 위조는 공문서위조 및 행사죄에 해당하고 건설사도 속았다면 업무방해 사기죄가 추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건설업 등록기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최대 등록말소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근로자가 시공을 맡아 부실시공 우려도 높다. 안홍섭 군산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는 “중소현장으로 갈수록 인력이 부족해 자격이 부족해도 고용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거푸집은 건물 형상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고용할 경우 품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시공사인 DL건설은 위조 자격증에 대해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DL건설 관계자는 “(우리는 원청으로) 협력사에서 진행한 내용이라 당사는 본 사항을 알지 못했다”면서 “현재 전수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