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담금 5억원 내라고 하면 낼 수 있는 조합 얼마나 될까요.”
서울시 주택공급의 핵심은 재건축‧재개발이다. 서울시도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재개발 절차가 완화된 ‘신속통합기획’을 2021년 9월 발표했으나 실제 공급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높은 공사비로 인한 사업성 악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건설관리학회가 공동 주최한 ‘서울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신속통합기획 활성화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시는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절차 간소화, 정비사업 사업성 개선에 나섰다. 이윤홍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시는 2021년 9월 6대 재개발 규제가 완화된 신속통합기획, 2022년 6월 서울시 역세권 사업, 지난 4월 도시형재개발 등 도시중심지 재개발을 통한 다양한 정책 변화로 사업성 개선에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제도 도입 3년 반 만에 100번째 기획안을 확정했다. 신속통합기획 제도는 통상 5년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약 2년으로 단축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는 제도다. 그러나 사업시행계획인가에 돌입한 후보지는 5개소에 불과하고 이 중 실제 착공에 들어간 곳은 2곳에 그친다.
이 교수는 높은 공사비로 인해 낮아진 사업성이 사업 속도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 서초구 한 재건축 단지 사례를 보면 착공 당시 3.3㎡ 평당 500만원이던 공사비는 입주시 800만~900만원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비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늘어나니 시공사는 사업성이 나오는 곳만 철저히 선별 수주하고 있다”면서 “공사가 진행 중인 단지도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비 인상 요인은 다양하다. 이 교수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에 따른 건설현장 공기 증가, 레미콘 휴무제, 공휴일 공사 금지, 친환경 제로에너지 모두 공사비 상승 요인”이라 꼽았다. 그는 “공사비가 낮아지지 않으면 주택 공급은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조합의 부담도 커졌다. 서울시내 한 신통기획단지(공공주택 680세대) 사례를 보면, 2023년 기준 3.3㎡ 당 공사비는 850만원으로 전망됐다. 사업성이 양호해 분담금도 없었다. 그러나 이 단지를 올해 재건축할 경우, 3.3㎡ 당 공사비 1050만원으로 세대당 분담금 5억8000만원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관리처분인가 전에는 시공사에서 조합원들에게 긍정적으로 말하는데 진행 기간 동안 부동산 경기와 정책이 변하며 분담금이 급등한다”며 “3.3㎡ 당 1000만원 내고 공사할 조합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공사도 급등한 공사비로 인해 시름하고 있다. 장명관 포스코이앤씨 도시정비전략 그룹장은 “2021년 이후 정비사업 공사비는 5년 새 약 60% 상승했다”며 “서울 정비사업 기준 3.3㎡당 공사비는 2020년 528만원에서 지난해 842만원으로 300만원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시공사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의혹도 있지만, 실제 원가율을 보면 상당히 낮다”며 “시공사도 극한의 상황에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공기여 관련 갈등도 사업 지연 요인이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서울시는 도로, 공원 등의 정비기반시설 대신 공공임대주택과 실버케어 시설을 조합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2022년 서울시 내 재건축 조합과 추진위 중 사업추진인가 전 단계 24구역 설문조사한 결과, 신통기획에 우려되는 점 1위로 ‘과도한 공공기여 요구’가 꼽혔다. 조합이 선호하는 공공기여시설은 공원, 도로, 문화‧주민복지시설, 학교‧도서관 등 교육관련 시설이다. 비선호 시설은 공공임대주택, 노인요양시설 등이다.
이 연구원은 “신속하고 원활한 서울시 정비사업을 위해서는 공공기여에 대해 도덕적 관점이 아닌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임대주택의 경우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 속 건설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표준건축비로 인수하고 있다”며 “거부감이 큰 상황에서 최소한 원가는 보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