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누구?”…서울시·마포구, 상암 소각장 협약 놓고 공방

“집주인은 누구?”…서울시·마포구, 상암 소각장 협약 놓고 공방

4개구 공동 이용 소각장, ‘시설 폐쇄 시까지’ 연장
서울시 “시설 소유권 서울시에 있어…절차 하자 없어”

기사승인 2025-05-30 13:44:00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마포구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쓰레기 소각장 추가건립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마포구 제공 

서울시가 마포구 반발에도 상암동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당초 계획대로 공동 운영하고 정상 가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는 해당 시설이 시 소유의 광역폐기물처리시설인 만큼 협약 연장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마포구는 동의 없이 협약이 일방적으로 체결됐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울시는 30일 오전 약식 브리핑을 열고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서울시가 설치한 광역폐기물처리시설로, 소유권은 서울시에 있으며 현재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며 “마포구는 소재지일 뿐 시설의 소유와 운영 결정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해당 소각장은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시 관할 시설로, 2005년 6월1일부터 용산·종로·서대문·중구·마포구 등 5개 자치구가 공동 이용 중이다. 20년 기한의 기존 협약은 오는 31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만료를 앞두고 시는 최근 마포구를 제외한 4개 자치구와 마포자원회수시설의 사용 연한을 ‘시설 폐쇄 시’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변경 결정에 마포구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마포구는 “협약 당사자인 마포구의 동의 없이 체결한 것”이라며 “집주인 없이 세입자끼리 전세계약을 체결한 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협의 절차가 충분히 이행됐다고 맞섰다. 시는 “마포구에 5차례 공문을 보내고, 직접 방문까지 하며 협의를 시도했다”며 “대면 접촉을 통해 입장 교환이 이뤄졌다. 내용적으로도 협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마포구가 이를 ‘형식적 면담’으로 해석하며 실질적인 논의가 아니었다고 반박한 데 대해서는 “면담과 협의의 구분보다 중요한 건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이야기했느냐”며 진정성 있는 소통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시는 “면담이든 협의든 과정을 충분히 거쳤기 때문에 현재 협약을 근거로 시설을 이용하는 데 법적 제약은 없다”며 “마포구에서 효력 정지 가처분을 낸다고 해도 소각장 운영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협약 변경이 조례상 ‘협의’ 대상이며, 반드시 ‘합의’가 필요한 사안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시는 “2005년 개정된 조례에 따라 자치구 및 주민지원협의체와는 ‘합의’가 아닌 ‘협의’를 하도록 명시돼 있다”며 “대법원 판례 역시 기관 간 협의는 자문을 구하는 절차로, 상대방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30일 시청에서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 협의에 관한 서울시 입장’에 관한 약식 브리핑이 열렸다. 이예솔 기자

폐기물관리법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마포자원회수시설에 대한 폐기물 처리 사업 조정 권한은 서울시에 있다. 시에 따르면 이 시설은 하루 평균 585톤가량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시는 만약 마포구가 협조하지 않아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경우, 나머지 자치구가 민간 소각장을 이용해야 해 연간 약 189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공공 소각시설을 이용할 경우 연간 처리 비용은 약 174억원 수준이다. 민간 소각장을 활용할 경우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63억원가량이 소요된다. 마포구 외 4개 자치구는 마포 시설을 공동 이용하면서 초기 비용으로 각 42억~67억원을 일시금으로 납부했다. 이후에도 매년 반입 수수료의 20%를 발전 기금으로 추가 지급해 오고 있다.

마포구는 협약 연장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집주인을 빼고 세입자들끼리 전세계약을 한 셈”이라며 “정당한 절차 없이 이뤄진 협약은 무효이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구는 협약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는 폐기물 감축 방안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나타난다. 마포구는 종량제봉투 가격 인상, 연 10% 소각량 감축, 감축 목표 설정 등을 포함한 방안을 서울시에 제시했으나, 서울시는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는 “1인 가구 증가와 배달 소비 확산으로 폐기물 발생이 줄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기준 마포구의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전년 대비 8.5% 증가했고, 재활용률은 오히려 3.6% 감소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협약 연장과 관련된 조정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시는 “반입 수수료나 주민지원기금 조정 등은 6월 이후에도 논의 가능하다”며 “협약은 유동적이며, 상황 변화에 따라 협의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설 소각장 건립 논의와 관련해 마포구가 협의에 응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는 “소송 취하를 전제로 협의에 응하겠다고 하니 서울시 입장에선 난처한 상황”이라며 “생활폐기물 처리는 전 시민의 불편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법적 갈등을 떠나 협의의 장에 함께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기존 상암 시설 운영과 신설 자원회수시설 추진은 별개 사안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상암 시설은 서울시 계획에 따라 2035년까지 사용 가능하도록 설계됐으며, 협약에 명시된 ‘폐쇄 시까지’라는 문구는 해당 운영 계획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시는 “마포구도 서울시민이 이용하는 광역시설의 운영 주체로 함께 참여해 온 만큼, 앞으로도 열린 자세로 협의를 이어가겠다”며 “서울시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마포구와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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