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 ‘1%’, 법의 빈틈에서 드러난 항공사의 민낯 [취재진담]

장애인 고용 ‘1%’, 법의 빈틈에서 드러난 항공사의 민낯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10-03 10:14:57 업데이트 2025-10-03 10:15:58

“국내 항공사들은 장애인 고용에 손을 놓고 있다.”

지난달 한 항공업계 관계자가 건넨 이 말이, 항공사 장애인 고용 실태를 추적한 기획보도 [날개 잃은 장애인 고용]의 출발점이 됐다. 

본격적인 취재에 앞서 국내 항공사 전체에 장애인 고용률 현황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자료 제공 불가’였다. 그 자체로 현주소를 짐작했다. 결국 국회를 통해서야 관련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다.

숫자는 무의미했다. 10곳 항공사 가운데 5곳은 장애인 고용률이 0%대, 나머지 상당수는 1%대에 불과했다. 이는 법정 의무고용률(3.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최근 5년간 국내 항공사 평균 고용률은 1.446%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평균은 0.997%로, 대형 항공사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항공사들의 ‘대처 방식’이다. 사람을 뽑는 대신 돈으로 면죄부를 사고 있었다. 항공사들은 채용 비용보다 저렴한 고용부담금을 내는 쪽을 택했다. 

문제의 핵심은 장애인 고용부담금 제도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현행 고용 부담은 ‘최저임금의 60~100%’ 수준에 불과해, 기업들이 장애인 채용보다 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인식하게 했다. 그 결과, 전체 고용부담금은 2020년 75억4131만원에서 지난해 110억8583만원으로 불어났다. 제도의 허점이 장애인 고용을 ‘책임’이 아닌 ‘선택’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과 학계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이 부담금을 통해 고용을 회피하고 있다”며 제도 자체가 기업에 ‘회피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부담금을 현실화해 ‘돈 내는 것보다 사람을 뽑는 게 낫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학계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는 “장애인 고용을 실천한 기업에는 확실한 인센티브가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잘한 기업엔 보상하고, 회피하는 기업엔 불이익을 주는 구조가 정착돼야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만 손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매년 불거져 나오는 지적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제도는 개선되지 못한 채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결국 기업이 장애인 근로자를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돈으로 때우는’ 관행이 이어진다면, 장애인 고용은 영영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한다.

‘장애인 고용 1%대’ 사회를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취업 문턱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정부와 항공사는 머리를 맞대 제도 혁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내 항공업계, 장애인 의무 고용률 달성’이라는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그것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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