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선에서 낙선하면서 대선 국면에서 이어져온 계파간 당권투쟁이 현실화 될 예정이다. 이번 당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당내 재정비’를 할 수 있고 제9회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친김(친김문수)·친윤·친한계는 차기 총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지선 공천권 쟁탈전을 벌일 전망이다.
김 후보는 4일 제21대 대선에서 41.15%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재명 대통령(49.42%)에게 8.27%p 차이로 낙선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승복’을 선언하면서 당 재정비를 예고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뜻을 새기겠다. 기득권과 안일함을 버리고 뼈를 깎는 각오로 혁신할 것”이라며 “굳건한 보수의 길을 묵묵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이 재정비에 돌입하면 당 지도부는 통상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이 과정에서 재신임을 받으면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관리에 돌입한다. 이 과정은 약 2달 정도 소요돼 이르면 오는 8월에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 김 후보가 임명한 박대출 사무총장을 제외하면 사퇴의사를 밝힌 지도부는 없다.
당내에서는 김용태 비대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이 놀랄만한 변화를 약속하고 지키지 못한 김용태 비대위는 즉시 해체해야 한다”며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든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야 한다. 하루빨리 새 원내지도부를 꾸려 당의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같은 사퇴요구는 대선 중 벌어진 당권 투쟁으로 세 계파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친윤계와 친한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절연 등을 두고 끊임없이 충돌했다. 그뿐만 아니라 친윤계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게 당권 단일화를 제안했다는 의혹이 발생했다. 친한계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복귀를 막으려는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친김계도 친윤계와 감정이 좋지 않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 교체 파동’을 일으켜 당권투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후 김 후보측이 ‘미활동 의원 명단’을 작성해 당내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친한계와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중도층 확장을 위해 ‘강성지지층과 거리 두기’를 요구했지만, 김 후보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전문가는 이번 당권에 세 계파의 ‘생존’과 ‘당 장악’이 걸려있다고 분석했다. 당 재정비와 지방선거 공천권 등으로 뿌리조직을 바꿀 수 있는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설명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대선 후 당권 문제로 어마어마한 싸움이 벌어진다”며 “친한계는 당권을 잡아 친윤계를 싹 밀어내고 당을 바꾸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윤계는 현 위치를 유지해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해 방어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직 국회의원이 주축인 친김계는 대선 후보 조직을 활용해 악착같이 당권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면 뿌리조직을 바꿔 당 장악이 쉬워진다. 이를 각 계파가 모를리 없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으로 구심점을 잃은 친윤계가 가장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