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는 미 육군 창설 250주년 퍼레이드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반 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시위는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주부터 서부해안 캘리포니아주까지 2000여 곳에서 진행됐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풀뿌리 단체들이 기획한 시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뜻에서 ‘노 킹스(No Kings)’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최 측인 노킹스 연합체는 뉴욕의 시위 참여자가 20만명에 달했으며, 필라델피에는 10만명에 육박했다고 주장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거셌던 LA에서 약 3만명의 시위대가 모인 것으로 추산된 가운데, 경찰 기마대가 투입돼 최루탄과 섬광탄이 사용되는 등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LA에서는 이날 오후 8시 이후 통금령이 내려졌다.
LA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최근 주방위군과 해병대가 투입된 지역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시위대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 성 소수자 탄압, 국내 군대 파병, 연장지출 삭감 등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노 킹스(No Kings)”, “트럼프의 생일 파티가 아니다”, “우리는 왕이 아니라 국민의 통치를 받는다”, “트럼프는 민주주의의 적” 등의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취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거리에 탱크를 내세우고 TV용 권력 과시 행사를 벌이려 한다“며 ”하지만 진정한 힘은 워싱턴에서 무대 위에 올려지는 것이 아니며 다른 모든 곳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은 ‘국기의 날(Flag Day)’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워싱턴 DC에서는 국기의 날을 맞아 에이브럼스 탱크 28대와 헬기 50대, 군인 6700명 등이 동원된 대규모 열병식이 펼쳐졌다.
이에 워싱턴DC는 공식적인 노 킹스 집회 개최지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과정에서 시위가 벌어지면 “매우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따른 조치다. 민주당 소속 의원과 배우자가 자택에 침입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미네소타 전역도 모든 시위가 전면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