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워렌 버핏’…투자 귀재 김성만 블리츠 회장의 인생 2막은 ‘후원자’ [쿠키인터뷰]

‘한국의 워렌 버핏’…투자 귀재 김성만 블리츠 회장의 인생 2막은 ‘후원자’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5-07-06 06:00:09 업데이트 2025-07-06 11:17:52
김성만 블리츠인베스트먼트 회장이 시니어 세계바둑오픈 개막식에서 출사를 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요즘은 후원을 하는 게 거의 직업이 된 것 같아요. 하하.”

미국 ‘선물(先物)’ 회사에 재직하면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 받아 회사 경영까지 했던 인물. 1987년 10월19일, 이른바 ‘검은 월요일’ 사건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트레이더’로서 본격적인 삶을 살면서 성공 가도를 달린 주인공이 이제 은퇴를 선언하고 인생 2막을 열었다. 김성만 블리츠인베스트먼트 회장 이야기다. 2막의 주제는 ‘후원’인데, 분야가 바로 바둑이다. 바둑계 입장에선 천운을 만난 셈이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 바둑 오픈’을 개최해 바둑 팬들의 향수를 자아냈다. 류시훈, 요다 노리모토, 루이나이웨이 등 레전드 기사들이 총출동한 초대 대회는 결승전이 ‘이창호-유창혁’ 대결로 펼쳐지면서 역대급 관심을 받았다. 영화 ‘승부’ 실제 주인공으로 최근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창호 9단이 유창혁 9단과 150번째 대국에서 승리(이창호 9단 기준 100승50패)하면서 대회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오는 8월에는 ‘더메리든 오픈’이 열리는데, 이 대회는 아마 정상급 주니어 선수들과 시니어 프로기사, 여자 프로기사가 격돌하는 최초의 무대로 관심이 집중된다. 살 떨리는 정면 승부가 펼쳐질 이 대회는 다름 아닌 김 회장이 직접 기획까지 한 대회다. 오는 13일 미추홀에서 열리는 프로-아마 페어 대회를 비롯해 김 회장은 바둑과 관련된 것이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성만 회장은 바둑과 투자 모두 집중력과 직관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설파한다. “1996년 국내 선물 시장이 개설됐어요. 많은 돈을 벌면서 제가 선물 매매에 재능이 있다는 걸 금방 깨닫게 됐습니다. 바둑도 승부지만 투자도 승부입니다. 제 직업이 ‘승부사’였던 셈이죠.”

김 회장은 ‘선물 매매’를 개인적으로 그만두고, 현재는 금융과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세상에 나서거나 성과를 알리지 않았던 김 회장은 최근 들어 바둑계와 교류를 시작했다. “공명심 때문에 실패한 사례를 많이 봤다”는 김 회장은 “매매를 예술의 경지로 올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바둑으로 말하면, 인공지능(AI)처럼 두는 것이죠. 완벽한 수를 찾는 것과 같이, 매매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키고 싶었어요.”

투자 업계에선 성공한 이후에 소위 ‘망하는’ 경우 많다. 김 회장은 “성공을 하는 것도 물론 어렵지만, 사실은 지키고 유지하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고 운을 뗐다. “성공을 유지하기 위한 내부적 투쟁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김 회장은 “세상을 멀리하며 투자에만 집중했다”고 지난 세월을 돌아봤다. “치열했던 삶이었어요. 마치 수행과 같았죠. 트레이더로서, 승부사로서 생활할 때는 오직 독서 아니면 매매만 했어요.”

김 회장은 이제 가진 것들을 사회에 나눠주는 방식으로 공헌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인생 2막의 주제를 ‘후원’으로 잡은 이유다. “바둑을 후원하는 것도 세상 사람들에게 제가 가진 것을 나눠주는 것의 일환입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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