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철 대표 질환으로 알려진 ‘급성 심근경색증’. 하지만 여름철 무더운 날씨에도 꽤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근경색증 월별 환자 수를 살펴보면 2022년 7월 3만2914명, 8월 3만3532명으로, 겨울철인 2021년 12월 3만4492명, 2022년 1월 3만2203명과 비슷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푹푹 찌는 여름철, 심장에 켜진 빨간불
급성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힐 때, 심장 근육 괴사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초기 사망률 30%에 달하며 심할 경우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데요. 주로 별다른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푹푹 찌는 여름철 위험 질환으로 꼽힙니다.
여름철 급성 심근경색증은 겨울철과 다른 이유로 발생합니다. 겨울에는 주로 기온 저하로 혈관이 좁아지면서 발생하는 반면, 여름에는 무더운 날씨 속 혈관 이완, 땀 배출량 증가로 인해 혈액량이 감소하게 되는데요. 여기에 수분 부족까지 더해지면서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는 일명 '피떡', 혈전이 생기기 쉽습니다. 따라서 물리적 반응으로 나타나는 겨울과 달리, 여름에는 혈전으로 인해 혈관이 막히면서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문제는 한번 생성된 혈전은 자연적으로 사라지기 어렵다는 점인데요. 특히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만성질환을 겪고 있다면 혈전 발생 위험이 배가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발생한 급성 심근경색증은 전형적으로 왼쪽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단순히 더워서 심근경색증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름 특유의 날씨와 생리적 환경, 생활 습관 변화는 급성 심근경색증을 유발하거나 악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60세 이상 고령자, 혹은 만성질환자라면 ‘여름철 심장 건강 악화 요인’을 주의해 심장 건강 관리에 힘쓰는 게 좋습니다.
여름철 심장 건강 악화 요인
①더위와 탈수
폭염으로 체온이 상승하면 혈관이 이완되고,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박수가 증가합니다. 즉, 심장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되는데요. 또한 무더운 날씨로 인해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고 혈액의 농도가 짙어집니다. 이렇게 끈적해진 피는 심혈관에 부담을 주고 혈전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②신체 활동 증가
여행, 레저 등 야외 활동하기 좋은 계절, 여름. 하지만 평소와 같은 활동이라도 체력 소모와 땀 배출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는 ‘더위와 탈수’와 비슷한 이유로 심장 건강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자라면 여름철 무리한 신체 활동 시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③햇빛과 비타민 D
사계절 중 일조 시간이 가장 길다 보니 자연스레 햇빛 노출량과 더불어 비타민D 합성량이 증가합니다. 비타민D는 지용성으로 체외 배출이 어려운데요. 과잉 축적되면 염증을 유발하고 심장 석회화 등 심혈관 건강을 악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연구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을수록 급성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내용인데요. 이처럼 햇빛과 심혈관 건강 사이에는 복잡한 상호 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④생활 습관 변화
여름하면 떠오르는 ‘찬물 샤워’, ‘차가운 냉면’, ‘시원한 생맥주’. 하지만 여름에는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등 심혈관 상태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기 쉬운데요. 이때 급작스러운 체온 변화는 심장 건강을 악화할 수 있습니다. 찬물 샤워와 같이 낮은 온도에 노출되면 확장됐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해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면서 급성 심근경색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⑤열사병
대표적인 여름철 온열 질환 중 하나인 ‘열사병‘은 체온 조절 기능을 무너뜨리기 쉽습니다. 특히 염증 반응, 전해질 불균형 등을 유발해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름철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허약한 노인의 경우 15분만 지나도 열사병을 겪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⑥호흡기 감염
인플루엔자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은 혈전이 생기기 쉬운 과응고 상태, 전신 염증, 혈관 변화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심근경색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호흡기 질환은 겨울에 더 흔하지만, 지난 코로나19 사태에서 경험한 것처럼, 여름에도 전염력이 강하므로 안심할 수 없습니다.
여섯 가지 위험 요인 외에도 평소와 다른 증상은 없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여름철 급성 심근경색증은 겨울철과 달리 전형적인 증상 ‘흉통’을 놓치는 분들이 많은데요. 어지럼증, 심한 두통 등 전이 증상이 나타나도 더위 탓으로 여겨 지나치기 쉽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름철 △가슴 통증 및 압박감 △목·어깨·팔 통증 및 압박감 △이유 없이 숨이 차고 심장 두근거림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어지럼증 등 이상 증상이 느껴진다면 가능한 한 빨리 의료기관을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예방과 관리
일종의 노화 질환에 해당하는 심근경색증. 완벽한 예방은 어려워도 대비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이 있다면 평소보다 더 면밀히 점검하시길 바랍니다. 균형 잡힌 식사는 기본, 금연 등 건강한 생활 습관 관리에 힘써야 합니다.
이외에도 틈틈이 물 마시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 주세요.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일정 시간 간격으로 한 잔씩 나눠마시는 게 좋은데요. 커피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만들어 체내 수분을 고갈시킬 수 있으므로, 과다 섭취를 피해야 합니다.
또한 갑작스러운 체온 변화에 주의해야 합니다.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2~4시 사이에는 외출을 피하고 실내외 온도차가 10도 이상 나지 않도록 적정 온도를 유지합니다. 특히 ‘찬물 샤워’, ‘찬물 마시기’와 같은 행동은 금물입니다. 가능한 한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시작해 점점 온도를 낮추거나, 물을 마실 때에도 미지근한 물을 먼저 마신 다음 점점 시원한 물을 마실 것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