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이 다시 쏘아 올린 ‘HMM 민영화 논의’…그 배경은

자사주 소각이 다시 쏘아 올린 ‘HMM 민영화 논의’…그 배경은

기사승인 2025-08-21 15:25:46 업데이트 2025-08-21 23:55:25
HMM 제공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2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면서, 그간 잠잠하던 민영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지만, 일각에서는 ‘새 주인 찾기’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지난 14일 자사주 8180만1526주를 공개 매수해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보통주 발행주식 총수(10억2503만9496주)의 7.98%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공개매수에 응하면, 해당 지분은 소각 절차를 밟게 된다.

이는 지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자사주 소각으로, 사측은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주당 가치가 높아질수록 공개 매수에 참여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데, 만약 HMM의 민영화 작업이 현실화한다면 향후 잠재 인수자에게 자금 부담을 줄여 장벽을 낮추는 사전 작업이 되는 셈이다.

잠재 인수자 부담 경감을 위한 전략적 시그널

HMM은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관리 체제에 편입됐다. 그러나 코로나19 기간 호황이 이어지며 경영 정상화에 성공, 막대한 공적자금 수혈로 지탱되던 회사가 조 단위의 우량 기업으로 진화했다. 

한 차례 하림그룹과의 협상을 통해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인수 가격 부담과 정부의 경영권 개입 조건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실제로 당시 채권단은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경영권 개입 등 강도 높은 안전장치를 요구했고, 하림그룹 측이 이를 거부했다.

이처럼 인수 가격과 조건 등에 대한 부담이 매각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전례가 있었던 만큼, 자사주 소각을 통해 몸집을 덜어 잠재 인수자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영화를 통한 구조 전환이 HMM 주주들, 특히 국민 세금이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와 동시에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화오션 성공 사례, HMM도 재현 가능할까

해운업계에서 국책은행을 최대주주로 하는 기업의 민영화가 논의되는 것은, 현재 호황을 맞고 있는 조선·해운산업 환경 하에 민간기업이 국영기업 대비 경영·투자 결정 측면에서 더욱 능동적이고 유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는 성공적인 민영화가 산업 재편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준다. 대우조선해양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워크아웃에 돌입해 공적자금 관리 체제가 시작됐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주도로 1조원 이상 공적자금을 수혈 받으며 수차례 민영화 시도가 이어졌지만, 부실 재무구조, 반복되는 대규모 적자, 자산 매각 및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 반발, 그리고 조선업계 내 독과점 우려 등 복합적인 장애물이 매각 절차를 번번이 좌초시켰다. 

여러 번의 진통 끝에 2023년 한화그룹이 인수하며 마침내 민영화가 마무리됐다. 이후 한국조선해양으로 거듭난 이 회사는 경영 효율성과 재무 안정성을 크게 개선했으며,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다졌다. 바로 현재의 한화오션이다.

전문가들은 HMM 역시 민영화 시 정치적 개입이 줄고, 민간의 전문성을 통한 효율적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민간의 전문성을 통한 경영 혁신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유리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공적자금 회수와 조선업계의 투명성·효율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가 전략산업 특성, 부작용 우려도

다만, 해운기업의 민영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과거 호주의 국영 선사 ANL은 민영화 후 프랑스 선사 CMA CGM에 최종 매각됐는데, 이후 호주 주요 항만에서 자국 물류망 통제력 상실이라는 부작용에 직면했다. 

국영 해운사의 민영화가 장점만 내포하고 있는 게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 통제력 약화 우려를 동반하는 데다, 경영 효율성과 안정성 간 균형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민영화 이슈는 정치적 흐름, 정책 과제와 맞물려 당장 쉽지 않다”며 “실제 매각 시점과 조건은 국내외 경제 상황, 사회적 여론에 크게 영향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북극항로 개척 등과 같은 정책적 과제 속에서 단기 민영화는 쉽지 않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HMM의 민영화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산업은행·잠재 투자자 간의 치열한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배 연구원은 “HMM의 사례만 보더라도 해진공과 산은의 보유 지분이 기존 대비 약 8~10%가량 줄어드는 셈인데, 이를 토대로 민영화 단계까지 가기에는 무리 수준으로 보인다” 며 “대내외 여건과 정책적 지원이 변수로 보인다” 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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