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정상회의, 미중간 패권 정치 해소 마중물 마련해야 [박진호의 아웃사이트]

경주 APEC 정상회의, 미중간 패권 정치 해소 마중물 마련해야 [박진호의 아웃사이트]

희토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APEC 이니셔티브’ 고민

기사승인 2025-10-14 16:16:54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이달 말 경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APEC은 밥 호크(Bob Hawke) 당시 호주 총리가 1989년 서울 연설에서 최초 제안하여 창설되었고, 우리나라는 2005년 부산 정상회의를 개최된 이래 20년 만에 의장국을 다시 수임하게 되었다. APEC 21개국 회원국 중 한 국가가 의장국 임무를 수행하며, 정상회의, 장관회의, 고위관리회의, 기업자문위원회 등을 주관하며, APEC의 주요 의제를 비롯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추진한다.

이번 경주 APEC의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이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복잡하고 다양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내일을 만들어가는 것은 글로벌 체제 속 모든 일원의 공통된 염원이다. 그러나 국가, 정부간 기구, 비정부 기구, 각종 국제사회 일원의 견제와 반목이 오히려 더욱 심각해지는 역설적 환경이 연출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글로벌 협력과 연대를 지연시키는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 정치가 있다.

대한민국 국회는 지난 9월 25일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 및 한반도 평화•번영 위한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국회는 결의안 주문에서 “APEC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한반도의 평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에 이바지할 중대한 기회임을 깊이 인식한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국회의 정치적 의지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성공적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서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의장국으로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도출하여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있어 중심적 책무를 맡아야 할 국회는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에 함몰되어 있다.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시진핑 중국 주석의 참석 여부, 그리고 이들의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그에 따른 결과에 집중되어 있다. 의장국 입장에서 이 같은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경주 APEC 정상회의는 미·중 패권 정치에 묻힌 ‘또 하나의 다자외교 장’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국회 모두 이 같은 외교적 위험에 사실상 눈 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미·중 간 관세전쟁이 한때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나,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추가 발표하고 미국이 즉각적으로 추가 보복 관세 100%를 예고하면서 양국 간 무역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집권 시 무역전쟁 직후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을 경고했고, 지금은 희토류를 비롯한 주요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을 더욱 강력하게 장악하고 있다. 어느 APEC 회원국도 중국의 희토류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경주 APEC 정상회의 개최가 보름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희토류 등 희귀 광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이번 정상회의에서 추진한다면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박진호 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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