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전 0-5 대패의 악몽을 극복하고 승리를 거둔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전했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A매치에서 후반전 2-0으로 이겼다. 엄지성이 전반 14분 선제골을 넣었다. 오현규도 후반전 골을 작렬했다.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 감독은 “선수들한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오늘 경기장에 빈 좌석이 있었지만 선수들을 믿고 찾아와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경기는 소집하면서 월드컵 1차전, 2차전을 시뮬레이션하자고 했다. 칭찬하고 싶은 것은 어려운 1차전 패배 후 3일 되는 과정에서 두 번째 경기를 준비하면서 극복한 것이다. 선수들이 아무래도 첫 경기 끝나고 어려웠는데 이겨낸 것이 큰 소득”이라고 밝혔다.
손흥민은 브라질과 파라과이전 모두 스트라이커로 뛰었다. 홍 감독은 “손흥민은 있는 플랜 안에서는 후반 출전을 생각했다. 아무래도 오늘 행사도 있고 중요한 날이라서 선발로 내보냈다”며 “지난 미국과 멕시코전 같이 2차전 체력적인 부분을 봐서 어디에 쓸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손흥민 레프트로 쓸 수도 있다. 어느 시점에 경기를 나서서 톱을 서느냐 윙을 서느냐가 중요하다. 그 선수를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은 브라질전과 같이 홍 감독은 김민재를 왼쪽 스토퍼에 기용하고 박진섭을 대신 스위퍼에 넣었다. 1대1 찬스와 압박에 강한 김민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양새였다.
홍 감독은 “가운데 서야 하는 선수, 사이드에 서는 선수가 필요한 특징들이 있다. 박진섭은 지금 소속팀에서도 미드필더 역할을 한다. 김민재 선수와는 다른 타입”이라며 “박진섭이 조금 더 경기를 컨트롤할 수 있다. 김민재는 반대로 상대와 1대1 할 때 상당히 강점이 있다. 첫 게임 박진섭이 나와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김민재를 왼쪽에 넣고 박진섭을 가운데에 넣었다. 생각대로 잘 맞았다”고 밝혔다.
이어 “수비는 개인적인 미스가 있었다. 지난 경기 이후에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나타난 것 같다. 조직적인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실점하지 않은 점”이라며 “선수들이 집중력이 좋았다. 득점한 엄지성, 이강인, 오현규는 지금 공을 들이고 있는 라인이다. 그 부분들을 오늘 오현규, 이강인은 후반전에 같이 투입해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 봤다”고 설명했다.
황인범이 다시 대표팀으로 돌아오면서 옌스 카스트로프와 조합을 맞출지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브라질전에 이어 이날도 김진규, 황인범이 나오며 둘의 3선은 다음 기회로 넘어갔다.
홍 감독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 황인범이 회복 단계고 컨디션 조절을 해야 했다. 황인범 대신 원두재가 들어간 것은 커트할 선수가 필요해서다. 옌스가 못 나왔다고 해서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이번에는 경기 흐름이 어려웠다”며 “김진규, 황인범은 반대 전환에 있어서 기술 있는 선수를 투입해보려 했다. 황인범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김진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봤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요즘 선수들이 젊고 예전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저는 이 시점에 무엇이 중요한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저희가 브라질한테 크게 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준비할 때 어떤 부분들이 잘못될 수 있다고 본다. 굉장히 힘든 부분이다. 크게 지고 그 다음 경기 체력적으로 힘들고 강한 팀을 상대로 해서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저도 선수 때도 마찬가지지만 팀 모든 구성원들이 자기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이겨내려고 한 게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