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준비 단계에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디지털 채널은 이미 필수 정보원이 됐지만, 한국관광공사의 디지털 전략은 여전히 존재감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팬덤 기반 K‑팝 성지순례나 드라마 촬영지 투어는 이미 민간 유튜버와 여행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르게 상품화돼 글로벌 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BTS 관련 장소를 돌며 팬 맞춤 코스를 안내하는 ‘아미 투어(ARMY Tour)’ 같은 상품은 해외 예약 플랫폼에서 꾸준히 판매된다. 팬 커뮤니티나 레딧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COEX, SBS 오픈홀 등 필수 코스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드라마 투어도 마찬가지다. ‘K-Drama Tour with Sherry’는 서울, 전주, 부산, 경주를 아우르는 8일 일정으로 최신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할 수 있다.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등 인기 드라마 촬영지는 하루 일정으로 따로 예약할 수 있을 만큼 수요가 표준화됐다. 이 과정에서 개인 크리에이터가 브이로그나 유튜브 쇼츠를 제작해 다시 확산시키면서, 맞춤형 성지순례 코스와 정보 유통 채널은 사실상 민간이 주도해 왔다.
이런 흐름은 유튜브, 틱톡 등 디지털 채널이 이제 단순 홍보를 넘어 실제 여행 소비로 직결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성수를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A씨는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팬이라서 친구들과 한국에 왔다”며 “이번이 한국 방문은 세 번째인데, 보통 같은 팬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고 최대한 비슷하게 코스를 짜서 온다”고 전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이 같은 흐름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는지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한국을 두 번 방문했다는 안젤라(25·독일)는 “K‑팝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여행 갈 때 관광공사의 영상을 본 적은 없다”며 “아이돌 영상이나 주요 스팟이 나오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 방문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홀로 한국 여행을 왔던 자넷 소피아(미국) 역시 한국관광공사 콘텐츠는 본적이 없다면서 “(한국에 다녀온) 친구들에게 추천을 받아 정보를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았다는 앤디(34·미국 캘리포니아)는 “식도락 여행으로 한국을 다녀왔다”며 “관광공사의 채널이나 영상은 본 적 없다”고 했다. 레딧에서 활동 중인 한 누리꾼은 관련 질문에 “한국 여행 당시 직접 영상들을 찾아가며 계획을 세웠다. 당시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한국 여행) 스팟을 소개해 주고 있다”며 “그러나 관광공사가 SNS를 운영하고 있는 건 몰랐다”고 밝혔다.
20대 직장인 이모씨도 “여행 준비할 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온라인 카페까지 안 보는 플랫폼이 없다”며 “그런데 한국관광공사 콘텐츠는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범 내려온다’ 영상이 진짜 화제였는데,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게 아쉽다”며 “세계적으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그런 임팩트 있는 콘텐츠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관광공사도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디지털 채널 운영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며 다양한 콘텐츠 제작과 홍보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한국관광공사의 메인 채널 구독자가 63만명으로 비교적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는 있지만, 운영비로만 한 해에 21억 원이 투입됐다는 지적이 2023년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의료웰니스팀이 운영하는 유튜브 ‘히얼위고코리아(HERE WE GO KOREA)’(구독자 1만여 명)와 ‘한국관광공사TV’(구독자 7만 명대)에도 각각 2억 원대와 1억 원대의 예산이 쓰였다. 그러나 팔로워 수가 1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SNS 채널이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는 점에서 “운영 구조에 비해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국감에서 제기됐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공사도 물론 다양한 언어권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구독자 수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실시간 피드백과 다양한 팬덤, K‑컬처 커뮤니티 연계가 더 중요하다”며 “홍보 영상만 만드는 시대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팬들이 만든 성지순례 코스나 유튜버 후기 영상이 더 신뢰받고 있기 때문에, 공사가 연결자이자 조율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단순한 홍보 영상을 넘어서 실질적인 상품화와 업계 협력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국내 지사와 본사 차원에서 지역 여행 업계와 함께 다양한 테마별 상품화를 진행해 왔으며, 해외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새로운 테마를 알리고 이를 인바운드 여행사와 연결해 상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