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1개월여 만에 입장을 완전히 바꿔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파주시는 이를 환영하며 대북전단을 보내는 다른 단체들도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파주시와 납북자가족연합회는 8일 임진각 한반도생태평화종합관광센터에서 ‘대북전단 살포 중단 합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1년여간 계속돼온 대북·대남방송이 최근 멈추면서 모처럼 평화의 분위기를 되찾은 데 이어 대북전단 살포까지 중단된 상황에 파주시와 접경지 주민들은 기쁨과 행복의 웃음꽃을 피웠다.
최성룡 납북자가족연합회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통일부 정동영 장관 후보자와 김남중 차관, 윤후덕 국회의원한테 직접 전화를 받아 마음이 흔들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서 그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의지를 확인했고, 경기도와 파주시 등 지자체와도 충분한 공감을 형성했다”며 “오늘부로 납치된 가족 소식지 보내기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최 대표는 또 “다른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과도 통화를 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이나 남북 대화를 빨리 하기 위해서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같이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김경일 파주시장은 “대북전단 살포 중단 결정을 내려주신 데 대해 53만 파주시민과 함께 환영하며, 파주시민은 물론 온 국민의 안전과 남북 평화 기류 형성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이어서 “모처럼 찾아온 남북 평화 분위기가 작은 불씨 하나만으로도 언제 다시 깨질지 몰라서 파주시민 모두가 불안한 마음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는 와중에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공식 선언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는 다른 단체에서도 납북자가족모임의 결단에 동참해 오랜만에 조성된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항구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후덕 국회의원은 “대북전단 살포 중단 선언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이끄는 의미 있는 변화의 시그널”이라며 “갈등이 아닌 대화를 통한 해결을 선택한 납북자 가족 여러분의 결단은 남북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귀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시와 납북자가족연합회는 향후 정부와 협력해 납북자 송환 촉구를 위한 제도적·외교적 노력을 이어가는 한편,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평화적 문제 해결’이라는 새로운 길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납북자가족연합회는 올해 들어서만 세 번이나 대북전단 등을 담은 풍선 4개를 북한으로 날려보냈다. 특히 지난달 2일 파주 접경지에서 비공개로 대북전단을 살포한 뒤 “북한은 516명의 대한민국 국민을 납치해갔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납북자가족연합회가 날려보낸 풍선에는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 전북 군산 선유도에서 납북된 김영남씨, 전남 홍도에서 납북된 4명의 학생, 그리고 최 대표의 부친인 최원모씨 사진과 이들의 납북 및 생년월일, 납북 경위 등이 명시된 생사확인 요구서, 대북 경고 메시지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0년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을 통해 대북정보 유입 활동에 제재를 가했다. 이후 2023년 9월 대북전단금지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와 같은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은 다시 합법화됐다.
하지만 헌재 판결 이후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 활동에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 살포로 맞대응하면서 남북 접경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대북전단 살포 활동에 대한 남북 접경지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본 한 지역주민은 “참으로 잘된 일로 환영한다”며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주민들이 평화롭게 지내며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