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은 아직, 대출만 남았다”…티메프 피해기업 1년째 호소

“정산은 아직, 대출만 남았다”…티메프 피해기업 1년째 호소

미정산 사태 1년 지났지만 11만 피해기업 실직적 회복은 아직
“판매대금에 맞먹는 빚만 떠안아…판로지원은 사실상 플랫폼 보조금”
정부의 직접 개입 촉구…“제도 실효성 검토 시급”

기사승인 2025-07-10 17:14:18
10일 ‘티메프 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피해기업 대표와 관계자들이 피해 해결을 촉구하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있다. 이다빈 기자

“정부 지원은 또 다른 부채였습니다. 피해기업들은 회복을 위한 지원을 받은 게 아니라 연쇄 도산의 위기까지 처하게 됐습니다.”

창업 6개월 만에 ‘티메프 사태’를 겪으며 폐업 위기에 놓였다는 에이치엠그룹 박수민 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 대부분이 이자 부담이 있는 정책자금 대출이었다며, 실질적 회복보다는 판매대금에 맞먹는 빚만 떠안게 됐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티몬과 위메프에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벌어진 지 1년이 지났지만 피해 기업들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는 피해기업 대표들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관계부처가 참석했다. 이들은 사태 발생 이후 1년간의 대응 과정과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피해 현실을 함께 짚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피해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실질적인 회복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책금융 대출로 확보한 자금이 세무조사로 전액 납부되거나, 기존 은행 대출 상환에 전액 소진되는 등 피해기업이 체감하는 지원 효과는 사실상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발생한 피해 규모는 약 1조2800억원에 달한다. 법원에 접수된 피해 신고 금액은 1조8000억원 이상이며 피해기업 수는 약 11만개, 피해자 수는 30만~4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자들은 큐텐그룹 미정산 금액까지 포함할 경우 피해액 2조원 이상, 피해자 규모는 50만명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소비자는 아직 환불을 받지 못해 단체소송을 준비 중이며, 판매자도 여전히 미정산 상태에 놓여 있다. 정부가 내놓은 긴급자금 대출은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 금리 부담은 여전하고 실질적 회복을 이끌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티몬에서 18억원 이상의 미정산 피해를 입었다는 강만 인앤아웃 대표는 “신용보증기금 5%,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2.5% 등 정책금융임에도 불구하고 금리 부담에 실질적인 지원 효과가 부족해 피해자가 더 큰 빚을 지고 망해나가는 현실”이라며 “정부가 제시한 피해복구 대출 금리 2.5%조차 마진율이 3% 이하인 온라인 유통 구조에서는 과도한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판로지원 정책 역시 ‘보여주기식’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박수민 대표는 “실제로 기업당 받은 지원은 500만원 정도로 예산 대부분이 광고비나 쿠폰 지급 등의 형식으로 플랫폼사에 지원됐고 사태 이후 수개월이 지난 시점에야 지원책이 시행돼 이미 버티지 못한 업체들은 혜택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이어 “판로확대 예산 집행 주체가 플랫폼사였고 플랫폼은 업체에 단가 인하 등을 요구해 어떻게든 지원을 받기 위해 이행해야 했다”며 “결국 피해 지원 예산이 플랫폼 보조금으로 작동했다”고 덧붙였다.

피해기업들은 이 같은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의 직접 개입과 중재 역할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나아가 부처별 대책의 제도 실효성을 면밀히 검토해 현장에 반영하고, 정책금융 지원 시에는 대상 기업의 재무 건전성 및 사후 점검 체계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선(先) 구제, 후(後) 구상’ 방식의 피해 보상 체계 마련, 환불 절차 투명화, 이중결제 방지책 도입, 정산 시스템 안전장치 마련을 위한 법적 근거 확보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김현동 중기부 판로정책과장은 “온라인 판로지원법을 추진하면서 티몬, 위메프에 대해서 재무 건전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미흡했던 것은 인정하며 재무건전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사업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이라며 “앞으로 재무 구조가 취약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판로지원사업 수혜자로 들어올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판로지원사업 자체 구조를 완전히 한 번 재검토 할 것”이라며 “금리 관련해서는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때 재원을 조달하는 금리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2.5%도 역마진을 감수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등을 감안해 금리를 더 낮출 여지가 있으면 내부적으로 따져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