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정한 관세협상 시한인 8월 1일을 열흘가량 남기고 막바지 협상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위 실장의 방미는 지난 9일 관세 협상 등 한미 양국 간 현안 논의를 위해 미국을 다녀온 지 11일 만이다. 내달 1일(현지시간) 25%에 달하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더 협상을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방미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위 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주도로 '통상·안보 패키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위 실장은 방미 기간 중 이번에도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루비오 장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통상이나 투자 구매, 안보 등 전반에 걸쳐 망라된 패키지를 종합적으로 협의를 진전시키자고 했고, 이에 루비오 장관이 공감을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관세 외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 미국에 기여하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만 놓고 보면 한국이 미국을 설득할 공간이 적기 때문에 대미 투자와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 등을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각각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한 만큼 국내 기업의 투자 계획도 협상안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 분야에서는 이미 국방비를 인상하는 쪽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지난 18일 임명안이 재가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외교·통상 분야 수장들도 이번 주 미국을 찾아 연쇄 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가 좋은 성과를 낸다면 관세협상 시효 전 실무협상을 마무리하고 정상 간 담판 의제로 올릴 수 있다. 그동안 미뤄졌던 한·미 정상회담도 개최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반면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흐를 경우 한·미 정상회담 역시 관세협상 시효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패키지 딜도 양국 부서별 이견으로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