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대신 하루 한알 먹는 건선약”…건선 치료 선택지 확대

“주사 대신 하루 한알 먹는 건선약”…건선 치료 선택지 확대

기사승인 2025-07-21 18:13:57
국내 건선 환자가 15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주사 치료 중심이던 건선 치료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건선 환자가 15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주사 치료 중심이던 건선 치료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경구제(먹는 약) 선택지가 확대되면서 환자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건선은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닌 붉은 발진과 은백색의 각질이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건선 환자 수는 1억2500만명을 넘어섰으며, 2030년까지 30~39세 연령대에서 발병률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건선 치료제 시장은 다양한 치료 옵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포기하거나 적절한 약제를 찾지 못하는 환자가 여전히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한국건선협회가 건선 환자 2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8%(88명)가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를 받고 있었고 국소치료(연고 등)는 37%(85명), 광치료는 17%(39명)였다.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는 23%(53명)로 집계됐다.

건선 환자인 30대 직장인 김현승(가명) 씨는 “병변이 눈에 보이는 부위에 있어 빠른 개선을 기대하고 주사제를 원했지만 생물학적 제제는 비용 부담이 크고 산정특례 조건은 까다로웠다”며 “급여 기준에 맞추려 억지로 약을 처방받았다가 버린 적도 있다. 치료를 받기 위해 증상이 악화되길 기다려야 하는 상황까지 겪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치료의 미충족 수요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먹는 건선약 ‘소틱투’(성분명 듀크라바시티닙)가 새로운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소틱투는 티로신 키나아제 2 저해제(TYK2 억제제) 계열로 기존 생물학적 제제와는 다른 기전을 가진다. 생물학적 제제가 염증 유발물질인 사이토카인을 항체로 중화하거나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이라면 소틱투는 세포 내 신호전달 물질인 TYK2를 선택적으로 조절해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

미국에서 소틱투는 출시 첫해 700만 달러(한화 약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은 지 8개월 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접근성이 개선됐고 의원급 피부과에서도 처방이 가능해졌다. 환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국건선협회 설문에서 응답자의 62%가 경구 신약 복용 의향을 보였으며 그 이유로는 복용 편의성(56%), 기존 치료 대비 좋은 효과(43%), 병원 방문 횟수 감소(37%) 등이 꼽혔다.

새로운 경구제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존슨앤드존슨(J&J)은 지난 5월 판상 건선 치료 신약 ‘이코트로킨라’의 3상 임상 결과를 발표했으며, 연내 신약허가신청(NDA)을 계획하고 있다. 다케다제약은 차세대 경구 TYK2 억제제 ‘자소시티닙’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 임상을 마무리하고 글로벌 허가를 추진할 예정이다. 국내 제약사인 HK이노엔도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미국피부연구학회 학술대회에서 TYK2 계열 신약 물질을 공개했으며 비임상 연구를 마친 뒤 올해 안에 국내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할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선은 만성질환 특성상 꾸준한 치료가 중요한데, 기존에는 비용이나 복약 불편 등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많았다”며 “먹는 약이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으면서 특히 활동이 많은 젊은 환자층에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생물학적 제제 사용이 어려운 경증, 중등도 환자군에서 경구 치료제 수요가 빠르게 늘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시장 역시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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