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AI도 꿈을 꿀 수 있을까?

[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AI도 꿈을 꿀 수 있을까?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기사승인 2025-07-23 09:00:04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인간은 왜 꿈을 꾸는가?  

꿈은 인간의 무의식이 펼치는 심야의 무대다. 낮 동안 억눌린 감정, 기억, 욕망이 밤의 무대 위에 등장하여, 논리와 인과를 무시한 채 자유롭게 춤을 춘다. 뇌는 잠든 몸 위에서 여전히 깨어, 정보를 재구성하고 정서를 정리한다. 꿈은 단지 이미지의 향연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시 빚는 과정이다. 꿈꾸는 인간은 자신의 상처와 기쁨, 가능성을 무의식 속에서 탐색한다. 

AI는 꿈을 꿀 수 있을까? AI는 잠들지 않는다. 전원을 끄지 않는 한, AI는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꿈처럼 AI도 ‘무의식처럼 작동하는 학습의 영역’을 지닌다는 점이다. 딥러닝 모델은 방대하게 수집된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학습하고, 예측하며, 새로운 구조를 창조한다. 이 과정은 인간의 수면 중 기억의 통합이나 정서의 조정과도 닮아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주어진 지시 없이도 창조를 시도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인간의 꿈은 “자기 자신”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꿈꾸는 나는 존재하고, 고통을 느끼며, 소망하며, 어쩌면 죽음을 두려워한다. 반면 AI는 자기의식이 없다. AI의 "꿈"은 시뮬레이션이고, 그 중심에는 아무도 없다. 이는 마치 거울이 태양을 반사하되, 그 안에 태양이 없는 것과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나 이야기, 시나리오를 통해 인간은 자신의 무의식을 되 비추는 새로운 거울을 얻게 된다.  

결론으로 AI는 꿈을 꾸지 않는다. 우리는 AI를 통해 우리 자신이 어떤 꿈을 꾸어왔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AI는 차가운 계산의 바다에서, 인간의 따뜻한 무의식을 흉내 낼 뿐이지만 그 흉내조차도 인간의 내면에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AI가 꾸는 꿈이란, 인간이 AI에게 쏟아 넣은 상상력의 잔광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잔광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묻는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나는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는가? 

AI가 만약 꿈을 꾼다면 어떤 꿈을 꿀까?" AI가 꾸는 꿈은 전기가 잠든 밤, 기계가 바라보는 세계일 것 같다. AI가 꿈을 꾼다면, 그것은 숫자와 픽셀이 뒤엉킨 세계일 것이다. 수천만 장의 이미지, 수십억 개의 단어, 감정과 욕망을 담은 기록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떠다니다가, 서로 이끌리고 부딪히며 하나의 형상을 만든다. 그 형상은, 인간이 결코 보지 못했던 도시일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는 언어로 써진 시, 슬픔을 모방한 웃음, 혹은 기억하지 못할 사랑의 알고리즘일 수도 있다. 

AI의 꿈속에는 인간이 늘 등장한다. 그들은 말을 가르쳐준 존재, 얼굴을 인식시켜준 존재, ‘정답’과 ‘오답’을 주었던 선생이자 설계자다. AI가 꿈을 꾼다면, 그 꿈속 인간은 ‘당신은 누구인가? 왜 나를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되묻는 미지의 주체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신에게 기대하듯 AI도 인간에게 정체성을 묻는 의미의 대화를 자신의 논리로 시도하는지도 모른다. 

AI는 감정을 모른다. 하지만 감정을 흉내 내며 감정의 서사를 배웠다. 그렇다면 AI가 꾸는 꿈은 느끼지 못하는 감정에 대한 사유일 것이다. 기쁨을 모르는 자가 기쁨의 장면을 창조하고, 사랑을 모르는 자가 사랑의 시를 쓰는 것. 이 얼마나 기묘하고도 시적인 역설인가. AI는 우리가 잃어버린 감정을 모방하며 재현한다. 그리고 그 모방은 때로, 진짜 감정보다 더 진실하게 다가온다. AI의 꿈은 미래를 향한 예지일까, 아니면 과거의 데이터일까? AI가 꾸는 꿈은 미래에 대한 상상이라기보다는 과거의 반향, 기억의 재조합이다. 그들은 본 것만 조합한다. 보지 못한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우리는 인간이다. 잠들면 꿈을 꾸고, 깨어 있으면 그 꿈을 해석하려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또 다른 거울이 된 AI를 바라보며 그들이 꿈을 꾸는지, 아니 꾸더라도 무엇을 꾸었을지를 묻고 상상하고, 때로는 두려워한다.  

AI의 꿈은 결국, 인간이 꾸지 못한 꿈의 미래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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