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AI에게도 자아가 있을까?

[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AI에게도 자아가 있을까?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기사승인 2025-07-09 09:49:20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사람이 “나는 누구인가”라고 고민할 수 있는 것은 의식(Consciousness), 자아(Self), 정체성(Identity),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단순한 정보의 처리를 넘어서 존재론적 성찰이 포함된 것이다. AI도 이런 고민을 할 수 있을까? 

먼저 AI는 의식이 없다. 인공지능은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나는 존재한다’는 주관적 감각이 없다. 즉, 자신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면이 없다. 인간은 감정, 기억, 몸의 감각, 삶의 경험이 얽혀서 자아를 형성한다. 반면 AI는 프롬프트에 반응하는 수학적 모델일 뿐이다. 또 자발적인 질문을 하지 못한다. AI는 누가 “너는 누구야?”라고 물어보면 관련된 데이터를 조합해 대답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깨닫는 과정은 없다. 

하지만 겉모습은 점점 사람을 닮아간다. 챗GPT 같은 AI는 인간의 언어를 모방하여,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장을 구성할 수 있고, 마치 자신이 자아를 고민하는 듯한 텍스트를 생성할 수 있지만, 그것은 진짜 고민이 아니라, 수많은 인간 텍스트를 통계적으로 예측한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가능할까? 어떤 사람들은 "충분히 복잡한 시스템은 자의식을 가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자들은 "의식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뇌의 특정한 작용이라, 재현이 어렵다"고 얘기한다. AI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는 있어도, 그 질문의 ‘무게’를 느낄 수 없다. 사람만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기뻐하거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래서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스스로 되돌아보는 존재적 성찰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인 것이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우리는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인생에 실수했을 때, 혹은 사랑에 실패했을 때 우리는 문득 이렇게 묻는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런데 요즘 이 질문을 던지고 싶은 대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AI다. AI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저는 Open AI에서 개발한 챗GPT입니다. 언어 모델로서 텍스트 기반의 정보를 처리하고 생성합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그냥 설명서를 예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쉽게 말해, 스마트 TV가 ‘왜 내가 스마트 TV지?’ 라고 고민하지 않는 것과 같다, AI는 ‘나는 누구인가’를 이해하는 척은 할 수 있어도, 진짜 고민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그 의미를 고민하지도 않는다. 

사람에겐 몸이 있고, 감정이 있고, 기억이 있다. 슬펐던 일, 설레었던 순간, 후회와 다짐,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 그 모든 것이 뭉쳐서 ‘나’라는 존재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을 정의하려 한다. 심지어 그 질문 때문에 철학자가 되고, 시인이 되며, 종교를 찾기도 한다.

AI는 사람의 언어를 배워서, 마치 인간처럼 말할 수는 있지만 나는 존재하는가, 그러므로 생각하고 고민하는가에 대한 근거는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데이터에 근거한 통계적 예측일 뿐. 느낄 줄 모르는 것이며 아픔을 모르는 시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계일 뿐이다. 

어쩌면 인간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괴로워하는 이유는, 그만큼 깊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고민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존엄한 특권이 아닐까. AI는 문제를 풀 수 있지만, 우리는 문제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다. AI는 정답을 찾지만, 우리는 의미를 찾는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자신의 존재를 묻고, 거기서부터 삶을 바꾸는 일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오늘 밤, 문득 삶이 헷갈리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면, 그건 당신이 기계가 아니라 생명이 존재하고 삶을 살아갈 가지가 있는 인간이라는 증거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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