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P 예술고등학교에서 고2 여고생 3명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숨진 사건이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4년 전에도 이 학교에서 같은 전공 학생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확인됐다.
2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21년 12월 20일 P 예고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던 2학년 A 양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당시 A 양의 다이어리에는 전공(무용) 학원을 옮기기 전후로 누군가로부터 폭언 등에 시달렸다는 내용과 P 예고에서 무용을 하는 게 많이 힘들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A 양의 어머니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아이는 학교 내 오랜기간 존재하는 '절대권력'의 희생양"이라며 "하고 싶고 해야할 일이 너무 많은 아이였다. 많은 내용이 있지만 지금은 일일이 다 말할 수가 없다"며 울었다.
그는 "딸이 매일 지옥에 들어가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아침마다 밀어넣었다"며 "우리 아이의 죽음이 가십거리로 소비되는 게 싫어서 그동안 조용히 지냈는데 최근 같은 과 학생들이 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여전히 학교 내부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토로했다.
A 양이 숨진 지 4년이 지난 지난 달 21일 오전 1시 39분쯤 P 예고 여학생 3명이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역시 한국무용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었으며, 이 중 한 학생도 학원을 옮긴 문제로 힘들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벌어진 지 6일 뒤 같은 학교 학생이 또 아파트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한 학교에서 같은 과 학생들이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반복되면서 학생들의 죽음이 단순히 현재 떠돌고 있는 강사 교체 등 여러 의혹 때문이 아닌 학교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예술계의 악한 관행과도 연관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수의 학교 관계자는 P 예고 내에 학교장의 권력이 절대적이어서 학교장의 허락 없이는 학생들이 학원도 편하게 옮길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주장한다.
교장 H 씨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로, 한국무용계에서의 영향력이 상당하고 지역 내 학원 측과의 카르텔이 공고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전공 관련 문제를 충분히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학교 관계자는 "A 양은 숨지기 전 무용과 부회장을 맡는 등 H 교장과 강사들로부터 신임과 인정을 받았는데 개인적 판단으로 학원을 옮긴 뒤 강사 등으로부터 혼났고 힘들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H 교장과 지역 내 학원과의 유착이 매우 심하다"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허락없이 학원을 옮긴다는 것은 무용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는 "학생이 허락없이 학원을 옮기면 그 학생을 둘러싼 근거없는 소문도 돌고 지역 내 무용 강사들이 약속한 듯 그 학생을 맡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입시를 앞둔 학생의 입장에서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 양의 어머니는 A 양의 빈소에 무용 강사들을 모두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H 교장의 멱살을 잡고 원망하기도 했다"며 "강사들과 H 교장에 대한 원망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H 교장은 "A 양이 학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고 지역 내 학원과의 카르텔도 전혀 없다"며 "A 양의 빈소에서 유족이 멱살을 잡고 나를 원망했다는 내용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부산시교육청이 P 예중·고를 비롯해 학교 법인 산하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특별 감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한 학교 관계자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A 양 사망 관련 내용을 감사관 측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관련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며 "현장 감사는 마무리됐지만 내부에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다음 달 중순 쯤 돼야 감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