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사는 이제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다
인재의 유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진 지금, 퇴사는 일상이 되었다. 온보딩(On-boarding)만큼이나 오프보딩(Off-boarding)이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많은 기업의 퇴사 면담은 여전히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러 있다.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직은 직원이 떠나는 진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똑같은 인재 유실을 반복한다. 이는 심각한 경영 손실이다.
히딩크와 박지성, 이상적인 이별의 품격
전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할 당시, 스승 히딩크 감독과의 대화는 ‘아름다운 이별’의 정석을 보여준다. 히딩크는 팀의 핵심 전력을 잃는 아쉬움과 네덜란드를 떠나는 애제자가 더 큰 무대에서는 고전할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서도, 선수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그의 등을 떠밀어 주었다. 박지성 역시 자신을 키워준 스승에 대한 예의와 감사를 끝까지 잃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인재를 떠나보내는 리더의 품격이다. 떠나는 이유를 묻고, 그의 미래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주며, 새로운 성공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직자를 배신자 취급하거나, 심지어 야반도주하듯 떠나게 만드는 일은 여전하다.
최고의 마무리를 위한 3가지 제언
퇴직 면담을 최고의 경험으로 만들기 위한 세 가지 팁을 제안한다.
첫째, 훈계가 아닌 ‘경청’을 하라
“바깥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식의 어설픈 조언은 금물이다. 떠나는 이가 시장의 판도를 더 잘 읽고 내린 전략적 결심일 수 있다. 진심으로 경청하고,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면 된다. 그 마지막 대화가 조직의 문제를 해결할 가장 값진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둘째, 배신자가 아닌 ‘파트너’로 대하라
떠나는 직원은 사라지는 인력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문화를 경험한 중요한 ‘동문(Alumni)’이다. 그는 미래에 우리의 고객이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도 있고, 언젠가 더 큰 역량을 갖추고 돌아올 ‘부메랑 인재’가 될 수도 있다.
셋째,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어주어라
조촐하더라도 진심이 담긴 환송의 자리를 마련해주자. 정성껏 쓴 손 편지, 그의 취향을 고려한 작은 선물 같은 사소한 디테일이 때로는 그 어떤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그 순간의 경험이 회사에 대한 마지막 인상이 된다. 남은 동료들에게도 ‘우리 회사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곳’이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남긴다.
아름다운 이별이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
히딩크와 박지성은 지금도 서로 지지하는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 관계도 마찬가지다. 경력직 수시 채용이 대세가 되고 인재 전쟁이 더욱 치열해진 지금, 우리는 떠나는 인재의 뒷모습에서 조직의 미래를 보아야 한다. 의미 있는 퇴직 면담으로 건강한 기업문화를 만들어내는 지혜의 리더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글·한준기 교수
동명대학교/Busan International College 학장
스페인 IE Business School 겸임교수
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베이코리아, 라이나생명 최고인사책임자(CHRO)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 HR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