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를 비롯한 10곳의 공공기관이 정부의 대출 한도 및 금리 규제를 어기고 사내대출을 지원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부동산원 등 10개 기관이 정부 지침을 무시하고 사내대출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실 조사 결과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공공기관들이 정부 지침을 지키지 않은 채 직원 3624명에게 3190억원의 사내 대출을 내줬다는 것.
공공기관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 자체 재원을 활용해 주택 구입 및 임차용 사내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사내대출은 그동안 DSR(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 등 정부의 대출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2021년 7월 △대출한도 7000만원 △한국은행 대출금리 준수 △무주택자 △85㎡ 이하 규모의 주택 등을 취급 기준으로 운영 지침을 개정했다.
의원실이 지침 개정 이후 2022년부터 2025년 7월까지 공공기관 사내대출 현황을 살펴본 결과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부동산원 등 10개 기관이 사내 규정으로 정부 지침을 무력화하고 직원에게 사내대출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기관들은 2021년에 개정된 지침을 수년간 어기다가 최근에야 뒤늦게 규정을 고친 것으로 의원실은 파악했다.
조사 결과 주택도시보증공사, 자산관리공사, 석유공사, 부동산원 등 7개 기관은 모두 한도 7000만원을 초과해 사내대출을 내줬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최대 2억원, 자산관리공사는 1억6000만원, 석유공사는 1억5000만원, 부동산원은 1억4000만원까지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지원했다.
사내대출 금리를 한국은행이 정하는 가계자금대출 금리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지침도 지켜지지 않았다. 한은 가계대출금리가 4.36%인 상황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직원에게 2.5% 금리로 1억5000만원을 대출할 수 있게 해줬다. 산업은행도 제도가 개정되기 전 승인이 난 건이라며 지난 7월 9500만원과 1억원 규모의 대출을 금리 3.23%에 내줬다.
이밖에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유주택자에게 사내대출을 지원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역시 85㎡ 초과 주택 구입에도 직원에게 대출을 해주는 등 지침을 위반한 사례가 있었다. 이 같은 지침 위반 사내대출은 2022년부터 2025년 7월까지 총 3624명에게 3190억원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추경호 의원은 “실수요자에게는 가혹한 대출 규제를 적용하는데, 공공기관의 지침 위반을 방관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관 사내대출이 정부 지침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